구경꾼으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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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허은숙 화백
Y의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 모국어의 빈곤? 표현할 수 없어서? 잠깐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부유물처럼 떠오른 불쾌감이 쉬이 가시지 않았다. 문자를 지우고도 그 여자를 강력하게 밀어대던 어머니의 말들이 떠오르자 Y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건축은 권력과 재력의 뒷받침이 없이는 안 된다던 어머니의 말도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서울에서 중산층의 생활을 누리자면 아무래도 동기들처럼 대기업의 울타리에 있어야 했다. 그나마 지금까지 버티는 것도 어머니의 힘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Y에게 중요한 건 자유였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한 생’을 살고 싶다는 게 소망의 전부일지 몰랐다.

그런데 이상했다. 순식간에 보고 지워버린 문장이 기억에 남아 사라지지 않았다.  아마 그 여자의 표현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럴지 몰랐다. 모국어의 빈곤을 느끼고 그래서 표현할 수 없다는 정신세계는 뭘까. 그보다 더 고약한 비현실이 있을까. 그는 벌떡 일어났다. 하늘은 푸르렀다. 가깝게 느껴지는 먼 곳의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 있었다. 그 아래로 시선을 당겨서 그는 등판에 빛을 반사하며 지나가는 시모노세키 해안을 바라보았다. 그곳이 간직했던 과거는 그에게 가깝지 않았다. 역사 교과서나 인문 서적에서, 혹은 영화나 소설에서 잠깐씩 만났던 이곳의 과거는 언제나 교양을 넘어서지 않았다. 활자나 화면과 마주쳤을 때 그의 마음에서 일어났던 민족적 분노와 치욕감 따위는 얼마 후에 가라앉았고 그 자리엔 강력한 현실 삶만 남는, 그런 것이었다. 강 건너 불처럼,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자기 발등에 없는 불은 구경꾼의 입장을 뛰어넘지 못했다.

성옥이만 아니었다면.

그랬다. 성옥의 현실이 과거에 얽매여 있지 않다면. 마치 알껍데기를 깨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병아리 같은, 그런 여자가 자기 앞에 없었다면, 그 여자의 삶에 마음이 스며들지 않았다면….

Y는 해안가를 오래도록 걸었다. 더러 갈매기가 그의 머리 위에서 끼룩! 소리치고 날아가면 그는 고개를 추켜들고 갈매기를 찾았다. 순식간에 날아가서 보이지 않거나 가까운 바다 위에서 날거나 그의 시선은 한동안 갈매기에 머물다가 돌아오곤 했다.

성옥이를 사랑하는가?

공항으로 가는 고속철에 앉아 그는 생각했다. 그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본 건 아마 처음일지 몰랐다. 그는 나무숲이 우거진 산을 지나고 또 길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작은 도시들과 마을을 지나며 생각했다. 성옥이는 내게 누구인가. 이제 여기쯤에서 관계를 정리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했다. 이렇게 간단하고 몇 개 되지도 않는 질문과 의문들은 그가 인천에 도착한 뒤에도 해답을 얻지 못한 채 슬며시 숨어버렸다. 공항으로부터 그의 현실이 시작되었고 현실은 모든 것을 압도했다.

공항버스에서 그는 팀장에게 전화했다. 잘 다녀왔다는 인사와 팀장님의 발제가 워낙 훌륭해서 박수를 많이 받았다는 보고 등이었다. 그는 통화가 끝날 때쯤 성옥으로부터 걸려온 수신 표시를 보았다. 순간 가슴에서 뭉클한 감정이 일어나는 걸 느꼈다. 아무렇지 않게 성옥이네, 예전처럼 이렇게 하지 못했다.

버스가 김포에서 승객을 내리고 다시 태운 뒤, 자유로로 들어섰을 때, 그는 여전한 밤의 한강을 바라보다가 불현듯 성옥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 다녀오셨어요?”

성옥의 목소리는 천진난만했다. Y의 가슴에 부끄러운 감정이 뜨겁게 일어났다.

“별일 없었지?”

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도망간다고 돌아섰다가 잡힌 기분인데 목소리는 비장했다.

“별일은 없어요. 그런데 모지에선 좋으셨어요? 피곤하시지요?”

성옥은 모지에서 좋았느냐고, 마치 자신의 집에라도 방문했던 사람에게 묻듯 그랬지만 Y의 침묵이 느껴지자 이내 피곤하시지요? 하고 덧붙였다. 

“모지는 정말 아름답더라. 성옥이가 아버지랑 같이 다녔다던 바다를 상상해… 봤어.”

“….”

성옥은 이내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Y가 무슨 말인가를 하려 할 때, 서둘러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목소리가 벌써 젖어 있었다. 이젠 그가 말을 할 수 없었다. 고맙다는 관용어와 은혜라는 특별한 단어는 진실이겠지만 그는 진실에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회사 윗사람들에게 전화해야 한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상상도 하지 못한 불쾌감, 자기 모멸감 따위가 그의 내면에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위선과 이기심 때문에 넌더리를 쳤다. 타인의 인생에 발을 담그지 않겠다고 의식하는 바로 그 순간이 이미 늦은 때라는 걸 그의 본능이 알아차린 것일까. 그는 구겨진 표정인 채 근처의 정류장에서 내렸다. 방문의 비밀번호를 누르며 결심했다. 성옥이와 거리를 가지자고.

이 결심은 겨우 사흘을 비운 방 안의 공기가 탁하다고 느끼는 순간보다 더 빨리 사라졌다. 그는 소파와 침대와 화장실에서 성옥의 기미를 보고 듣고 만지고 감각하기 시작했다. 모지항의 바다와 북서쪽으로 마냥 올라가면 닿게 된다는 함경도의 바다를 눈에 선하도록 상상했다.

술 한 잔을 마시고 침대에 누웠을 때 그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오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고 없던 일이라서 그는 화들짝 놀라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엄마! 무슨 일 있어요?”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이구우 무슨 일은! 니가 내 일이지!”

그는 깊은 숨을 쉬며 밖으로 튀어나갔던 마음을 잡아들였다. 이런 동안에도 그의 어머니는 쉬지 않고 당신의 기분이며 ‘아들 일’에 대해 말했다. 왜 전화는 안 받았느냐, 회사에 전화했더니 일본 출장 갔다던데 엄마한테 알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냐, 수경이한테는 인간에 대한 예의로라도 한 번쯤 연락하고 더 만나봐야 옳지 않겠느냐, 넌 아직 여자를 모른다, 결혼이라는 게 자식도 낳고 평생 살아야 하는 관계인데 니가 뭘 알겠느냐, 세상에 아들 일에 대해 엄마만큼 심사숙고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내 말을 들어라….

그는 어머니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 들으면서 말마디마다에 답을 달았다. 엄마 그건 아니에요. 난 싫어요.

“내일 저녁 같이 할래?”

어머니가 말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엄마가 그 여자랑 살고 싶은 건 아니에요?”

Y는 좀 비열하다 느끼며 이렇게 물었다. 이번엔 어머니 쪽에서 침묵했다.

“피곤해요.”

Y가 투정하듯 말했다.

“너 사귀는 여자 있지?”

어머니가 단정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순간 Y의 가슴 밑으로부터 더운 기운이 훅 솟구쳤다.

“없어요!”

Y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단호했다. 어머니의 의심의 기미가 아들에게 밀려왔다.

“잘래요.”

Y가 말했다. 그리고 전원 버튼을 눌렀다. 전화는 암전이 되었는데 그의 피로가 가득하던 몸과 눈꺼풀을 덥던 잠기운은 한꺼번에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수면 등이 흐릿하게 켜진 방에서 거의 1분 이상을 우두커니 서 있었다. 더운 물로 샤워를 한 뒤 위스키를 한 잔 더 마시고 누웠다. 내일의 삶은 내일 생길 것이다. 그 다음의 삶은 그 다음 날 일어날 것이다. 그는 누운 채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내일을 마음으로부터 밀어냈다. 하지만 그 갈피갈피 사이로 떠올라서 지워지지도 않고 밀어내지지도 않는 존재를 느꼈다. 그 존재는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즐거움을 넘어,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그리고 성적 욕망의 충동을 넘어 그에게 와 있었다.

다음 날 그가 인터넷을 검색해 주문한 책들은 그 존재의 영향이었고 그 존재로부터 탈출, 혹은 해방되기 위해서였다.

일과가 끝나도 그는 퇴근하지 않았다. 앉은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그는 아주 개인적인 일을 시작했다. 자장면을 한입 물고 한 페이지를 읽고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한 페이지를 넘기곤 하였다. 모두 강제징용에 대한 책들이었다.

연구서를 한두 권 읽고 난 후에 그는 강제징용에 끌려갔다 돌아온 피해자들의 수기나 구술 자료를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 읽고 나서 그는 나라를 잃는다는 게 무엇인지, 민족이 민족으로 남아 민족의 방식으로 살아내려 하는 게 무엇인지, 그런 질문을 가졌다.

그는 흥미로운 책을 찾았다. 그건 일본인이 쓴 고백서였다. 자신의 전쟁범죄를 고백하는, 나는 조선 사람을 이렇게 잡아갔다는 제목의 책은 비록 우리말로 번역된 문장이긴 하지만 차분하고 냉정했다. 그는 전시체제의 군국주의 제국에서 공무원이라는 신분으로 살아내야 했던 시간을 돌아보는 일이 참혹했을지 몰랐다. 한국의 사진작가가 조선인 강제징용의 흔적을 찾아서 보여준 사진집도 읽었다. 역사를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하느냐에 따라 현재와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사진 작업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Y는 사진작가의 말을 읽으며 생각했다. 나는 무엇 때문에 강제징용의 과거로 들어섰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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