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한·일 공동 월드컵을 치르며 선의의 경쟁과 우의를 다졌던 한국과 일본이 지난 10일 런던에서 올림픽 축구경기 4강에 진출해 3,4위전을 겨루는 숙명의 대결을 벌였다. 이보다 몇 시간 앞두고 이뤄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에서 속보로 다뤄졌고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은 물론 무기력한 일본 정부도 함께 비난받았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 노다 총리 등은 한국의 내부 정치와 관련된 것일 것이라는 추측성 발언을 했다가 무능력하고 한심하다는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일본이 아무리 우기고 억지를 부려도 독도는 우리 땅이다.  우리가 이미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고 역사적 자료 또한 명확하다. 그렇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한 것이 국민에게는 통쾌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독도가 우리 땅인 것이 분명한데, 굳이 대통령이 방문하여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 했는가 하는 것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국민에게 짜릿한 애국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겠지만 독도가 영토분쟁 지역으로 부각되어 실효적 지배의 영역이 쟁점의 영역으로 이전되는 자가당착의 결과를 불러왔다. 런던에서의 박종우 선수 메달 박탈 논란은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당연히 우리 땅인 독도를 왜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야 하는가.

둘째, 독도 문제는 일본에는 유약한 일본의 외교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몰고 와 헌법9조를 포함한 일본 국가의 골간을 바꾸려는 일본 우익들에게 절호의 물꼬를 터주는 격이 됐다. 일본도 곧 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가장 큰 정당이지만 지지율이 바닥으로 내려간 민주당과 자민당을 대신해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은 하시모토 오사카시장과 이시하라 도쿄도지사다. 둘 다 우익 성향인 이들은 이미 5명의 국회의원을 포함해 다음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셋째, 일본은 우리에게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다. 그런데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외교 갈등이 고조를 이루고 있는 최근 5일간, 장성택을 단장으로 한 북한 일행은 중국을 방문해 황금평과 나진, 선봉지역 개발을 진척시키고 있다. 심지어 9일과 10일에는 북한이 일본적십자와 대화를 요구해 북한 내 일본인 유골 문제에 합의를 하고 4년 만에 북·일 정부 간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14일에는 한·미·일이 아니라 미·일·러 3국간에 처음으로 동아시아안전보장을 협의하는 관민합동협의체를 설치할 것에 합의했다. 동북아 질서를 위한 새판 짜기에서 한국만 관계의 불통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끝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국회의장단과 만나 그의 이번 독도 방문이 작년 12월 노다 총리와 만나 일본군위안부(일본군 성노예)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으나 일본이 소극적 입장을 보여 이에 항의하는 행동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보편적 인권문제로서 다뤄지는 것이 옳으며 이를 독도 문제와 연결해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로 연결시키는 것은 패착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독일의 홀로코스트와 나란히 인권문제로 다뤄지고 많은 아시아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인권문제로 이미 충분히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도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일본 여성 1200명이 전국 12곳에서 거리로 나와 용서를 빌고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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