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에서도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했다. 이어 “베이징 때보다 한참 못 미치는 기록이 나와 응원해준 분들을 실망시켰을까 걱정”이라며 “하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다”고 소감을 전했다.
4위를 하고도 그녀는 영웅이었다. 그녀의 손엔 굳은살 위에 굳은살이 더께처럼 얹혀 있다. 그리고 훈장처럼 그 손을 아낀다. 그녀는 늘 우연히 만나는 누군가를 위해 주머니나 백팩에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다닌다.
아테네올림픽 이후 기대주로, 또 스타로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인상적이다. 스포츠맨십엔 겸손한 ‘승리자, 당당한 패배자가 되어라’는 부분이 있다. 장미란은 런던올림픽을 통해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부상으로 편치 않은 자신의 컨디션 난조를 끝까지 먼저 말하지 않았고, 최선을 다했으며 승자인 저우루루(중국)와 카시리나(러시아)를 향한 축하의 박수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성적보다 더 무겁고 빛나는 감동을 들어 올려 진정한 스포츠우먼십을 보여줬다.
장미란뿐 아니다. 9일 런던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육상 800m 경기에선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라 아타르(20)가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0.01초의 기록이라도 줄이기 위해 바람의 저항을 덜 받는 과학이 깃든 가벼운 운동복을 입고 달리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머리와 팔, 다리는 물론, 온몸을 가린 옷을 입고 트랙에 나선 그녀는 꿋꿋이 레이스를 마쳤다. 기록은 2분44초95. 예선 1위로 준결승에 오른 앨리시아 존슨(미국·2분00초47)에 44초나 뒤졌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자 육상 선수라는 역사를 쓴 순간이었다. 그녀에게 관중은 기립박수로 응답했다.
경기 후 아타르는 “역사적인 순간이고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전진을 향해 큰 발자국을 내디뎠다”고 했다. 여성의 스포츠 활동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조국의 편견을 부수고, 경기장에 나설 수 있는 용기와 도전이야말로 진정한 스포츠우먼십이다.
올림픽의 세 가지 가치는 탁월함(excellence), 우정(friendship), 존경(respect)이다. 런던올림픽에서 보여준 장미란 선수나 사라 아타르가 보여준 모습은 올림픽의 가치를 실천으로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이번 런던올림픽은 여성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대회다. 참가국 모두에서 여자 선수가 출전했고 여자복싱 등 전 종목에서 여성이 참가할 수 있어 116년 만에 성평등을 이룬 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미디어들은 선수들의 도전과 꿈을 이루기 위한 열정, 땀, 끝까지 최선을 다한 노력을 전하는 데에는 소홀해 보였다.
‘얼짱 선수’ ‘미녀 검객’ ‘미녀 궁사’ ‘미녀 새’ 등 런던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보도 가운데 유독 여자 선수들과 관련한 부분에서 외모와 관련된 표현이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짧은 인터뷰 중에도 외모나 생김새에 관한 표피적인 내용이 많았다. 특히 ‘얼짱’ 표현은 일등주의를 강조하고 개인의 다양성과 개성을 무시하는 표현이다.
여자 선수들의 외모를 먼저 부각시킨 미디어의 루키즘식(외모지상주의) 보도 태도는 런던올림픽을 빛낸 스포츠우먼십의 가치를 폄하하고 있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