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정치 혐오증에 ‘백신’ 될 수 있을까
기성 정치 혐오증에 ‘백신’ 될 수 있을까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2.08.10 14:35
  • 수정 2012-08-10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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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물에 열광하는 한국 사회, 안철수 신드롬에 불붙여

사람들이 마치 구세주를 기다리듯 안철수(50·사진)의 대선 출마 선언을 염원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한 이후 가라앉을 줄 알았던 그에 대한 열망은 어느새 그를 대선주자 후보로까지 올려놓았다. 기현상이지만 전세계적으로 정치혐오증이 팽배하고,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어 ‘새판 짜기’를 할 새로운 인물, 새로운 정당이 호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주 터무니없는 얘기도 아니다. 외국에선 2020년쯤이면 기존 정당정치는 사실상 사라질 것이란 이론까지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이 정치적 실험을 감행하기엔 부담스러운 대선이라는 큰 터닝포인트를 앞두고 있다는 것.



 

안철수의 공감과 위로 메시지에 열광하며 청춘콘서트에 모여든 젊은이들.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
안철수의 공감과 위로 메시지에 열광하며 청춘콘서트에 모여든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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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 제공
“미안합니다” 한마디로 얻은 청년 세대의 열광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앞서 9월 초 “안철수가 정치에 뛰어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50%의 지지율이 넘는 그가 5%대의 지지율을 가진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 후보에게 아무 조건 없이 후보 자리를 양보하기까지 5일 동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이때 그의 생애 첫 정치적 발언도 나왔다. 그는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현재의 집권세력”이라며 현 집권세력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정치적 확장성도 가지는 것을 반대하기에 자신이 어떤 길을 택한다면 “그 길의 가장 중요한 좌표는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19대 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다시 안철수가 등장할 수 있는 물꼬가 마련됐다. 자연스레 그의 정치적 행보 역시 반새누리당으로 규정되고 있다. 안철수는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존재감 하나만으로도 이미 정치인”이 돼버렸다.

정치학자들은 한국 사람들은 특히 ‘새로운’ 정치 지도자를 열망하는 강도가 세다고 한다. 안철수의 화려한 부상엔 이런 정치 성향도 한 몫을 한다. 심리학자로 민심 분석가를 자처하는 서정희 박사는 그의 책 ‘시대의 요구와 민심의 흐름-안철수 대통령’에서 “MB가 퇴진하고 박근혜가 등장하는 (정치적) 배경은 노무현이 퇴장하고 MB가 등장하는 배경과는 달라” 대중에게 별 매력이 없다고 진단한다. 박근혜는 MB와 전혀 다른 인물일 수 없기에 더 혁신적으로 새로운 인물에게 대중은 몰입할 수밖에 없다.

청년노조 ‘청년유니온’ 초대 위원장으로 서울시 명예부시장으로 위촉된 30대 여성 김영경씨는 최근 출간된 ‘안철수냐 문재인이냐-한국 사회가 나아갈 길을 생각한다’에서 안철수가 청년층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미안합니다”란 단순한 한마디라고 말한다. 성공한 CEO로서가 아니라 “당신들에게 경제적 고통과 사회적 모순을 물려준 기성세대의 일원으로 미안함을 느낀다”는 것, 그리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현실에 공감한다는 메시지가 제대로 통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안철수의 “미안합니다” 키워드를 통해 부모-자식 세대의 중간다리 역할, 갈등의 조정·해결 가능성을 기대한다. 이런 그도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안철수가 얼마나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를 제대로 판단하기엔 그가 내민 ‘증거’ 자료가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당정치 소멸론까지…“안철수는 입당 아닌 제3의 방식 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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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 제공
시사평론가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에서 “안철수가 말하는 것은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이고, 이것이 바로 그가 호응을 받는 중요 요소 중 하나”라고 해석했다. 그는 안철수의 ‘복지·정의·평화’ 메시지의 적절성은 인정하면서도 국민의 감동을 이끌어낼 연대, 기존 정치권에 대한 강한 변혁 요구를 계속해야 할 책무를 강조한다.

문제는 연대냐, 독자 행보냐에 대한 안철수의 결단이다.

정치학자들은 현실적으로 여야 경선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안철수가 공식 출마 선언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미루는 것이 유리하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 정치인들이 그의 결단을 촉구하는 데는 다 셈법이 있다는 것. 안철수 역시 ‘공식’ 정치인이 되는 순간부터 검증의 칼끝을 피할 수 없게 되고, 자칫하면 당을 창당해서까지 대선에 나온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공익기업의 이미지로 대권에 도전한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의 ‘찻잔 속 태풍’에 그친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선 출마 때와 지금은 정치적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며 “안 원장이 절대 당을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이질적 이해관계로 상황을 굉장히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정당에 참여하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을 인정하면서도 “안 원장에 대한 (특히 청년층의) 지지는 그런 것을 뛰어넘을 만하다”고 내다봤다. 안철수 자신도 같은 맥락에서 수차례 “진영논리에 빠져 정파적 이익에 급급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존 정당에 대한 염증과 빈 구석을 절묘하게 파고들어 부상한 안철수이니만큼 가령 민주통합당과 연대하더라도 “입당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을 가운데 두고 섞이지 않고 합치는 방식을 통해 ‘연합정부준비위원회’(가칭)를 세우고 예비내각과 국민과의 약속 등을 구성하면서 2017년 대선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7월 31일 열린 국가비전연구소 포럼 ‘안철수와 민주진보진영은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에서 제기된 김헌태 한림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의 주장).

안철수와 각을 세운 새누리당이 그의 검증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터져나온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명 논란, 안철수연구소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이익 의혹, KAIST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나란히 서울대 정교수로 임명된 안철수·김미경 교수 부부의 채용 특혜 의혹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한 안철수 특유의 진정성 있고 투명한 답변이 요구되고 있다.

이번 대선 아니면 도전 기회 다시 없을 것

반면 민주통합당 측은 안철수에 대한 구애를 계속하고 있다.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 주요 대선주자들이 안철수에 대한 호감과 연대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고, 문성근 국민의명령 상임고문은 안철수의 동참을 염두에 두고 민주통합당 예비 후보들이 온·오프 결합정당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민주통합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안철수의 입당이 전제된다면 새로운 경선 절차를 만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시민정치포럼’에선 안철수와 비교적 가까운 김기식·송호창 의원 등이 안철수와의 연대를 위한 고리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의 대권 도전은 현실적으로 지금이 유일한 최적기라고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이번 대선을 넘기고 다음 대선이 되면 그의 ‘참신성’ 매력은 퇴색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의 칼날 사이에서 그가 스스로 말한 “도전은 힘이 들 뿐, 두려운 일이 아니다”는 고백이 국민의 염원과 어떻게 만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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