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묻지마’ 성원… 안철수의 답, 아직은 초라하다
여성들 ‘묻지마’ 성원… 안철수의 답, 아직은 초라하다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2.08.10 14:31
  • 수정 2012-08-10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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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여성들 지지율 높아… 정치혐오증이 ‘새 인물’ 향한 지지 급증세로

 

‘안철수의 생각’ 출간 후 도심 대형 문고에서 책을 살펴보는 여성들. 잠재적 대선주자로서의 안철수에 대한 여성들의 지지는 상당히 맹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신문 DB
‘안철수의 생각’ 출간 후 도심 대형 문고에서 책을 살펴보는 여성들. 잠재적 대선주자로서의 안철수에 대한 여성들의 지지는 상당히 맹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신문 DB
“대선 후보로 안철수가 정말 나올까요? 만약 그렇다면 무조건 찍을래요. 왜냐고요? 이상적인 롤 모델이잖아요.”(대기업 근무 중인 30대 직장 여성).

‘안철수의 생각’ 출간, 이어진 SBS TV 예능 프로그램 ‘힐링 캠프’ 출연 후 안철수에 대한 지지가 재점화되고 있다. 이 중 특히 여성과 관련한 여론 추세는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2040 여성들의 지지 이유나 성향을 보면 맹목적이어서 거의 팬덤 수준에 가깝다는 게 중평이다. 인터파크도서 측에 따르면 특히 힐링캠프 후 판매량이 급상승했고, 그 동력은 2040 여성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성별로는 여성이 56%(남성 44%), 이 중 30대 여성이 28.6%로 가장 높고, 다음이 20대 여성 14%, 40대 여성 10.9%로 출간 첫날 구매율과 비교해 세대별로 많게는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힐링캠프 출연 후 성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도 성별 차이는 비교적 뚜렷하다. 프로그램 시청 후 안철수에 대해 ‘좋아졌다’는 응답은 남성이 32%인 데 반해 여성은 48%에 달했다. 특히 대선출마 결정 시기에 대해 남성들은 ‘가능한 한 빨리’가 47%인 데 반해 여성들은 ‘가능한 한 빨리’가 40%, ‘시기는 상관없다’가 38%로 오차 범위 내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마 방식과 관련해서도 남성들은 ‘야당 후보와의 경선을 통한 야권 단일 후보 출마’를 ‘제3의 독자 후보로 출마’보다 선호한 반면(40% 대 39%), 여성들은 ‘제3의 독자 후보로의 출마’를 ‘야권 단일 후보 출마’보다 훨씬 더 선호했다(41% 대 33%).

‘인간 안철수’에 열광… 혹독한 검증 뒤에도 계속될까

국민의 열망에 대한 답 형식으로 펴낸 ‘안철수의 생각’에서 윤곽을 드러낸 여성 콘텐츠가 다른 대선주자들과 비교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매력적일 것도 없는데, 도대체 왜 여성들은 이토록 열광적으로 ‘묻지마’식 지지를 보내는 것일까. 여기에도 역시 한국 정치 현실의 비밀이 숨어 있다.

정치학자 김민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기존 정치에 대해 남성들보다 훨씬 결벽증적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여성의 정치적 성향이 남성보다 더 본질적이고 윤리적이며 이상주의적이어서 더 그렇다”며 19대 총선 후 투표 분석 결과 무투표자 중 남성들은 ‘시간이 없어서’란 현실적 이유가 가장 큰 반면 여성들은 ‘찍고 싶은 후보가 없어서’란 답변이 가장 많았던 실례를 들었다. 때문에 그동안 MBC TV ‘무릎팍 도사’나 힐링캠프에서 보여진 ‘인간’ 안철수의 매력에 기댄 지지는 비호감으로 급선회할 수 있는, 비교적 충성도가 떨어지는 지지 성향으로 볼 수 있다. ‘정치인’ 안철수의 검증이 시작되면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나경원 전 의원의 피부과 치료 논란처럼 국민 정서를 민감하게 건드리는 악재가 터질 경우 여성들은 쉽게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치학자들 대부분은 우리 정치 현실이 유럽처럼 좌파 우파가 뚜렷하지 않아 정책적으로 큰 차이가 나는 콘텐츠를 내놓을 수 없는 한계가 있는 데다가 더구나 여성정책처럼 ‘착한’ 콘텐츠인 경우 각이 설 수 없다는 한계를 지적하면서 “어쨌든 유권자, 특히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정책보다 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성정책관은 상식 수준… 여성 삶 변혁할 패러다임 아쉬워

안철수가 어필하는 이미지는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 깨끗한 도덕성, 참신성, 신뢰성, 기성정치에 대한 대안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오히려 엘리트로서의 능력이나 경제 회생에 대한 기대는 상대적으로 낮다.

그는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저출산과 자살 이슈를 꺼내들었다. 특히 저출산이 불가피한 현실에 대해선 아내인 김미경 서울의대 교수의 레지던트 시절 험난했던 임신·출산·육아 경험을 통해 공감을 얻었다는 평. 레지던트 1년차에 딸을 낳은 김 교수는 숨가쁜 병원 사정으로 당시 60일이던 법정 산전후 휴가를 30일로 단축하고 병원으로 복귀해야 했다. 임상심리학자인 김 교수는 아침까지 시체 해부를 하다가 저녁에 애를 낳으러 갈 정도였고, 출산 후에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못 찾아 1년 중 3분의 2는 아이를 외가에 맡겨놓고 출근하거나 아예 부산 친가로 보내는 등 육아 이산가족을 경험해야 했다. 때문에 둘째는 일찌감치 포기했다는 것. 20여 년 전의 이 현실은 현재까지 별 변화가 없다는 데 그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낙후된 복지를 조금 확장하자는 정도의 얘기를 갖고 ‘포퓰리즘’ 운운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이 개인적 체험 때문인지 그는 보편적·선별적 복지에 대한 생각을 담은 장에 이 보육문제를 비중 있게 집어넣었다. 중산층 전문직 가정에까지 보육문제를 확장해 보편적 관점에서의 접근과 공공서비스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공립 보육시설의 수용 능력을 현 10%에서 30%까지 단계적으로 높이자는 것과, 아동수당제 도입, 육아휴직 시행 모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제 등 일·가정 양립 지원 강화, 보육분야에 대한 일자리 확충과 종사자 처우 개선 등을 ‘상식적’인 제안으로 내놓았다. 때문에 30~50%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에만 8조~10조원을 투자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를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처음으로 구체적이고 전면적인 정책관을 펼쳐 보였다고 간주되는 ‘안철수의 생각’에서 면밀하고 전문적인 여성정책관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아쉽게도 별로 없다. 앞의 보육문제에 대한 부분과, 끝머리의 여성·장애인·다문화 사회에 대한 것 정도를 들 수 있겠는데, 우리 사회 전반, 특히 소외계층에 대해 깊은 사색을 거듭해왔다는 안철수로선 ‘여성’에 대해 상당히 인색하고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비판도 듣고 있는 부분이다. 이 중에서도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된 성인지예산제의 충실한 시행을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들은 것은 상당히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이 제도를 민간기업의 인센티브제로까지 확대하자는 제안은 과연 중앙·지방 정부에 한해 실시되는 성인지예산제의 현재 상황을 얼마나 잘 ‘공부’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다른 대선주자들도 대동소이하지만, 여성정책 관련 총괄부서나 기구 등 보다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한 여성정책 전문가는 “안철수조차도 우리 여성들의 삶을 변화시킬 근본적인 패러다임은 제시 못 한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친여성 이미지만으론 부족… 전문가 그룹 빨리 갖추길

안철수는 지난 3월 4일 중국 정부에 대해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던 탈북자들을 깜짝 방문해 주목을 끌었다. 방문하기 며칠 전 탈북 여성 1호 박사로 유명한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이 이메일을 보내 “북한 주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집회 현장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이 자리에서 안철수는 “인권과 사회적 약자 보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는 가치”라고 거듭 강조하며 이 원장을 위로했다.

국민의 열망에 떠밀리다시피 정치 행보를 시작한 ‘초보자’ 안철수로선 이처럼 사회 구석구석에 대한 섬세한 현장 공부가 절실하다. 그러나 그중 핵심 가치인 ‘성평등’에 대한 그의 마인드나 의지, 구체적 행보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전문가 그룹이나 멘토도 역시 딱히 보이지 않는다.

향후 대선 정국에서 아무리 여성들의 지지가 열렬하다 해도 매일 아내를 위해 커피를 내려주는 남자, 아내에게 사랑의 대상이기보다는 “최상의 믿음과 신뢰의 관계 속에서 공동 책임과 수익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굳건한 파트너로 자리하고 있는 그의 친여성 이미지만으로 버티기는 힘들 것이다. 안철수의 등장이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에 대한 갈증으로 읽히고 있는 현실에서 그에 대한 여성들의 기대 역시 기존 정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높은 수준일 것임은 자명하다.

여성들의 지지를 끝까지 끌고 가려면 보통 사람의 제대로 된 상식 수준을 뛰어넘는 안철수식 해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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