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근태 민주당 고문·박원순 서울시장 인맥 두드러져

대표적인 인물이 지난 5월부터 안철수의 대 언론 창구로 유일하게 공식화된 역할을 맡고 있는 유민영 피크15커뮤니케이션스 대표(한림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유 대표는 고 김근태 고문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춘추관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박원순 후보 캠프에서 공보를 담당했다. 때문에 안철수의 개인 공보관으로 그가 발탁된 것 자체가 안철수의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역시 박 후보 캠프에서 선대위 대변인으로 활동한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의 경우, 이번 총선에서 안철수의 공개적 지지를 받아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학계 멘토로는 연세대 김호기·문정인 교수,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이 꼽히고 있다. 이밖에 청춘콘서트 초기부터 함께 했던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클리닉 원장, 연예인 김제동, 법륜 스님 등도 외곽 인사로 빼놓을 수 없다.

안철수의 여성 인맥도 이런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표적인 인사가 여성계 대모로 안철수재단 이사장으로 영입된 박영숙(80) (재)살림이 이사장.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잘 모르는 나를 택한 게 뜻밖이었다”며 이사장직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면서 안철수가 유일하게 내건 조건은 “대단히 잘못 가는 것 같으면 가차 없이 바로잡아달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첫 만남에서 “어머님보다 세 살 더 위”라는 말에 친근감을 느꼈다는 박 이사장은 이후 이사진을 꾸릴 때 처음부터 남성 한 명 없이 다수의 여성부터 영입한 것에 대해 안철수에게 불편하지 않은지 의향을 물었지만 안철수는 오히려 남녀가 무슨 문제냐는 반응을 보여 성차별적 편견이 없는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현재 안철수재단 이사진은 총 5명으로, 박 이사장을 포함해 여성이 3명이다).

그는 안철수에 대해 “진정성이 있고,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을 것이란 신뢰감을 주는 인물”이라 평하며 그렇기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올바른 공익재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이사장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낸 박 이사장이 고 김대중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의 오랜 지기로 13대 국회에 평민당 비례대표로 입성, 부총재까지 지내고 김대중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 물망에 오르며 대통령 자문기구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정치 이력을 두고 그의 재단 이사장 추대를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그는 “안 원장 측과 우린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엄격히 분리돼 있다”고 분명한 선을 그으며 “안 원장이 정치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오히려 재단 활동을 펴기가 민감하게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역시 안철수재단 이사로 선임된 윤정숙 전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는 2008년 이메일을 통해 아름다운재단 이사직을 맡아줄 것을 안철수에게 제안, 그가 즉각 이를 수락하면서 안철수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해외출장만 아니면 꼬박꼬박 이사회 회의에 참석, 활발한 의견 개진보다는 꼭 해야 할 말을 분명히 했던 이사”로 안철수를 기억하고 있다.

고 김근태 고문 계열로 대표적 여성 인사로 꼽히는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역시 안철수의 공개 지지를 받은 김 고문의 아내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과, 김 고문이 의장을 했던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여성국장 출신의 박선숙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있다.

최근엔 안철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자문 역으로 재미 동포 2세 여성평화운동가 애나벨 박씨가 거론되고 있다. 미국 유권자들의 풀뿌리 운동 ‘커피카피’의 주역인 박씨는 미국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고, 미 하원 일본군위안부결의안 통과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대북 지원을 공통 화두로 안철수의 멘토로 알려진 법륜 스님과 가까운 사이이고, 이로 인해 안철수 측과 접촉했을 것으로 추론되고 있다.

이밖에 안철수가 청춘콘서트에서 300명의 ‘멘토’ 중 한 사람으로 언급한 연예인 김여진씨도 있다. 김씨는 한진중공업 사태, 홍익대 청소용역 노동자 집단해고 사태, 반값 등록금 문제 등 SNS를 통해 사회적 이슈에 적극 반응해왔다.

여기에 최근 출판된 ‘안철수의 생각’에서 그와 오랜 대담을 나눈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도 빼놓을 수 없다. 언론인 출신의 제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충을 담아낸 ‘벼랑에 선 사람들’을 펴냈는데, 이를 접한 안철수가 먼저 만남을 제안하면서 함께 책을 내게 됐다. 책 출간 이전엔 안철수와 전혀 교류가 없었던 제 교수는 안철수의 정치적 행보와 엄격히 선을 긋고 있지만 가장 구체적으로 안철수의 정책관을 접한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