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 6일, 스포츠 역사에 남을 반가운 신기록 소식도 있었지만 전혀 반갑지 않은 신기록도 세워졌다. 최대 전력 사용량 기록이 또 깨진 것이다. 그날은 정전사태가 발생했던 지난해 9월 15일 이후 처음으로 전력위기 경보 ‘주의 단계’가 발령됐고, 대한민국 역사상 전기를 가장 많이 쓴 날로 기록됐다.

더 안타까운 현실은 조만간 그 기록이 또 경신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최대 전력 사용량 신기록 행진을 이제 그만해야 할 텐데, 이러다가 정전사태 없이 올 여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더욱 심각한 전력난은 본격적인 휴가철이 끝나는 8월 중순 이후 나타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15일 광복절이 지나면 대부분 휴가에서 돌아오지만, 더위가 물러가려면 아직 한참이다. 그래서 16일부터 전력 당국은 더욱 긴장하게 되고 폭염 속에 최대 전력 사용량 최고 기록이 경신되곤 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는 대부분 8월 16~31일에 기록됐다.

에너지시민연대가 ‘에너지의 날’을 8월 22일로 정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에너지의 날을 지정한 2004년 당시, 대한민국 역사상 전기를 가장 많이 쓴 날은 2003년 8월 22일이었다. 이 날을 기억하고, 전 국민이 절약을 실천해 최대 전력 소비량 신기록 행진은 이제 그만 멈추자는 의미에서 에너지의 날을 8월 22일로 정한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의 날’을 전후로 집중적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에너지의 날’ 당일은 오후 2시 에어컨 끄기와 밤 9시 전국 동시 소등 실천 캠페인을 펼치고 실질적인 전력 절감 성과도 산출해 발표한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실천으로 100만㎾h 가까이 절감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는 대형 발전소 1기가 1시간에 생산해내는 발전량이다. 발전소를 새로 지은 것과 마찬가지 효과이며, 티끌 모아 태산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오는 22일 서울광장을 비롯해 전국 15개 지역에서 동시에 에너지의 날 기념 행사가 열린다. 전기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대신 우리 몸을 직접 움직이고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다양한 놀이와 체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햇빛으로 불을 밝히고 요리도 하며, 인간동력 발전기를 돌려 주스와 솜사탕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전력난을 함께 뛰어넘자는 취지의 단체줄넘기 대회도 진행한다. 서울광장 잔디밭에 앉아 린나이팝스오케스트라의 별빛 음악회도 감상하시기 바란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밤 9시 진행되는 전국 동시 소등 실천. 빌딩 숲에 일제히 불이 꺼지는 감동스러운 시간, 도심 하늘에도 많은 별들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함께 실천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감동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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