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과 6월 17일 수원에서 연이어 발생한 성폭행 사건과 여성 가정폭력 중상 사건과 관련, 경찰의 가정폭력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게다가 이주 여성까지 가정폭력 신고를 무시당하고 살해되자 여성계는 경찰의 직무유기에 대해 공동 고발장을 작성하게 됐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로 구성된 여성폭력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7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공동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 공동행동은 2010년 여성가족부 조사를 근거로 대한민국 여성의 46.3%가 최소 한 번 이상 가정폭력 피해를 입고, 30.5%는 성폭력을 당하는 무차별적 폭력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국가가 무엇을 했는지 물었다.
공동행동은 지난 7월 16일부터 22일까지 공동 고발자를 모집했다. 당초 112 신고처리 미흡에 항의하는 상징적 인원인 112명을 목표로 했지만 잇따른 사건에 분노를 금치 못한 여성들이 몰려 전국 67개 단체와 개인 298명이 참여한 365명(단체)으로 공동고발장을 작성하게 됐다.
대표 고발인인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많은 여성이 국가에 자신의 위급한 상황을 알리면서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여성폭력을 사소하고 가볍게 취급해 제대로 현장을 정리하고 피해자를 지원한 사례가 적다”며 “국가에 여성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상임대표는 “이번 경찰 고발을 시작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고 여성들이 인간의 기본권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승희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은 “최근 주폭(酒暴) 척결을 위해 경찰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처럼 경찰 차원에서 가정폭력,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폭력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이번 형사소송에 이어 민사소송도 함께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가정폭력을 방지할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하고 법 개정 운동까지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