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지식 노마드’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
우리 시대 ‘지식 노마드’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2.07.27 13:55
  • 수정 2012-07-27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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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위기, 가부장적 순혈 내숭주의에서 왔다”
역사민속학 해양인문학 등 50여 개 분야에서 전 방위 활동…남성 중심의 신화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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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옛날 우리 집 다락방엔 금송아지가 있었단다”류의 신화를 개인이나 집단 모두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신화는 사실 여부를 떠나 주술적인 위로 기능을 가진다. 그것이 그동안 남성 중심 신화에 가려져 왔던 여성 자부심을 살리는 데 한몫을 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현재에도 어느 정도 유효한 얘기라면? 신화가 허구를 뛰어넘어 현실의 부조리를 다시 분석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회귀시키는 위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역사민속학자 주강현(57·사진) 제주대 석좌교수는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이미 자신의 베스트셀러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를 비롯한 여러 저술 활동을 통해 가부장적 문화에서 부인되고 폄하된 여신의 복원, 열녀보다는 차라리 탕녀가 돼야 할 이유(지금 식으로 표현하자면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동성동본 결혼 불허의 모순과 부조리, 처가살이 전성시대 등을 해석하고 예견하는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20년 전부터 ‘나쁜 여자 신드롬’ ‘처가살이 전성시대’ 등 새 흐름 예측

그 스스로 “민속학자치고는 상당히 진보적”이라고 자평하지만 그 기저엔 “전통은 살아 숨 쉬는 것, 변화하고 또 그 변화하는 것에 맞춰 순응할 필요가 있다”는 열린 사고가 깔려 있다. 그래서 아버지 제사 때 축문을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한글로 쓰는 파격을 직접 행하기도 한다. 전통을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해야 할 책무와 실생활에서의 전통을 엄격히 획일화하고 일원화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가 괜히 ‘지식 노마드’로 불리는 게 아니다. 유연한 사고 덕분에 연구 초기부터 ‘분과학문’이란 경계를 허물고 민속학을 비롯해 해양사, 문화사, 생태학, 고고학, 미술사, 신화학 등 무려 50개에 가까운 분야를 넘나들며 전 방위적 연구와 저술을 병행하고 있다. 기질적으로 ‘호기심 천국’이기도 했지만 한 주제에 또 다른 주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는 인문학적 감성과 탐구열도 여기에 한몫을 했다.

조직위원으로 자문 역할을 했던 여수엑스포 개막 직후 엑스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세계박람회 1851~2012’를 펴내 관심을 모았던 그를 일산 정발산에 자리한 연구실에서 만났다(책은 1851년 런던만국박람회부터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에 이르기까지 박람회 역사를 조망하면서 박람회는 제국주의와 인종, 산업, 도시, 건축, 콘텐츠, 과학기술, 예술, 유흥 등의 총체로 근현대 세계상을 축약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가족의 공간과 연구의 공간을 출입구서부터 마치 독립된 2개의 집처럼 엄격히 구분해 놓은 그의 연구실은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 대신 매미 우는 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과 자료로 가득했다. 작업량을 짐작할 만했다. 10여 년간 이곳에 정착해서 저술한 책만도 30여 권, 올 한 해 이미 출판했거나 출판할 예정인 책도 4권에 이른다.

“내 저술은 항아리로 치면 숙성이 안 됐거나 덜 된 것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가 시간과 조건에 맞춰 숙성시킨 것 중심으로 작업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주로 개척 분야이기에 일단 연구량과 방법이 남다르다. 몇 년 전부터 ‘통섭’과 ‘융합’이란 말이 유행이지만 이 면에서 보자면 난 굉장히 일찍부터 그런 방식으로 연구를 해온 셈이다.

가령, 해녀를 보자. 연구는 민속학에서 출발하겠지만, 해녀에 대한 착취와 억압은 여성생활사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고, 미역·전복 등을 캐는 작업은 굉장히 해양학적이고 또 에코적 과정이다. 여기에 해녀의 잠수 굿은 종교학적 의미가 있다. 이처럼 해녀 하나만 보더라도 다각도로 접근해야 총체적 설명이 가능해진다. 우리 몸을 보자. 우선 의료 질병사로 접근할 수 있겠지만 심리적 측면이나 섹슈얼리티, 패션으로까지 확장해 조명할 수 있다. 현실이 이런데 어떻게 우리 몸에 대한 것을 의학자들의 소관이라고만 한정해 규정할 수 있는가. 학문을 할 때 가장 경계하는 것이 도그마다. 그래서 예전에 나처럼 학문에 접근하는 학자들을 ‘잡스럽다’고 폄하하기도 했는데, 요즘엔 제자들에게 자신 있게 말한다. 결국 내가 옳았다고. 바로 이게 인문학의 기본 태도라고 생각한다.”

등단한 희곡작가, 민중문화운동 하다 민속학에 매료돼

 

제주도에서 큰굿을 하는 무녀. 굿 문화 권위자인 주 교수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의 거리 응원의 실체는 집단적 신명에 의한 샤먼적 발현이라고 해석한다.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prescription drug discount cards site cialis trial coup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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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학문을 시작한 과정을 보면 이는 이미 필연적으로 예고된 것이다. 농장을 경영하던 아버지는 ‘글’에 관심이 지대했고,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글쓰기의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대학 4학년 때 희곡작품으로 신춘문예에 등단한 것을 계기로 연극계와 관련을 맺다 보니 이것저것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이 많이 필요했고, 이를 계기로 우리의 전통 굿에 관심을 쏟게 됐다. 그리고 민속학에 매료됐다. 특히 1980년대 민중문화운동에 뛰어들면서 ‘민초’ ‘아리랑광무’ ‘황토불’ 등의 장막극을 발표하는 한편 발족한 민족굿회를 주축으로 굿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운동권에만 있다 보면 전문성이 떨어지니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이후 15년여를 학문에 올인하며 두 개의 박사과정을 밟았다. 그에 따르면 “지나친 운동은 독소가 있기 마련, 그 독을 빼는 긴 작업”이었다. 이래서, 스스로도 도그마를 벗어났다. 이 연장선상에서 그간의 민속문화를 가부장적 독소를 빼고 ‘여성’을 중심에 둔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지 않았을까.

가령, ‘삼국유사’에 나오는 처첩을 손님에게 성상납하는 남편의 예를 들어 간통이 부계에 기초한 일부일처제의 이중성이 낳은 필연적 현상으로 규정하고, 단군신화에서 통치적 주권을 상징하는 천제의 아들 환웅과 자연의 신인 웅녀의 결합이 가부장 문화와 모계사회의 결합이라며 “아버지들이 나중에야 하늘의 이름으로 천신이 되어 국가 권력과 결합해 헤게모니를 장악하게 된다”고 해석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아직도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순혈주의와 내숭성이다. 몸뚱이는 저만치 가 있는데 사고는 19세기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성과 관련해서는 차라리 과격해지는 것이 이 부조리를 돌파할 길인지도 모른다. 그 대표적인 실례로 육아문제도 해결 못 하면서 여성들이 아이를 안 낳는다고 난리인데, 미혼모 문제에 가서는 아주 모순적이다. 그래서 빌 클린턴의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를 빌려 우리의 인구 위기를 ‘문제는 미혼모야, 바보야’로 말하고 싶다. 세계 1위의 저출산국이면서 미혼모를 지탄의 대상으로 몰아 낙태나 아기 수출을 감행하게 한다, 이 경제 대국에서. 어쩌면 이 미혼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해결하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결혼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추세에 맞춰 법적으로도 싱글맘, 재혼이나 삼혼, 동거혼, 계약혼 등이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불이익 당하지 않는 장치를 갖추어야 이 저출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변화된 가족관계의 조건에 맞춰 여성과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강화해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출산 위기? “문제는 미혼모야, 바보야”

이 경계를 허문 학자의 입장에서 본 성평등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무엇일까.

“막상 취직하려고 하면 암암리에 깔린 차별이 상당히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번엔 연·고대만 뽑겠다는 식의 학력 차별을 눈감으면, 법으론 남녀차별을 못 하게 돼 있더라도 상황에 따라 여성 차별을 슬쩍 끼워 넣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요는 여성 차별만 강조하는 것을 넘어 연령, 지방, 외국인, 부모 직업 등 숨어 있는 갖가지 차별까지 함께 없애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이를 기준으로 가부장적 질서를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서 남성들은 스스로 엄청난 피해를 당하고 있다. 후배가 위로 오면 선배가 나가줘야 하는 분위기에서 55세에 퇴직하면 그 기나긴 나머지 세월을 뭘 해 먹고 살아야 하나. 그래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한탕주의·뇌물·비리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30대 장관이 와도 50대가 별 불편 없이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하루빨리 가부장주의를 포기해야 한다.”

그는 지금 우리가 굳건히 옛 조상이 물려준 전통 유산이라고 믿고 있는 것도 실제로는 상당히 역사가 짧은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일례로 조선 초기까지만 해도 차례에 딸·아들이 함께 참석했는데 어느 순간 아들 위주로 차례가 진행된 것이 300년도 채 안 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남성 중심 허구 신화의 산물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우리 문화 파고들기 작업이 “유교적 엄숙주의를 21세기까지 강요하려는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무기”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인문학자는 사회 전면을 보여주는 일종의 선생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즉, 사회현상의 총정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그의 소신을 들으면서 인문학의 위기라고 체념하기엔 아직도 인문학이 굳건히 버텨줘야 할 수많은 이유가 한꺼번에 떠올랐다. 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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