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가무극과 소설로 되살아나고 문학관에 깃들고
윤동주 시인은 평생 단 한 권의 시집만을 사후에 출판했을 뿐이지만,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시인 중 한 명이다. 일본 유학 중이던 1945년 민족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투옥돼 정체 모를 주사를 맞으며 생체실험을 당하다 만 27세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후 31편으로 발간된 유고 시집은 초간본 이후 판을 거듭 증보해 이제는 128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이를 연구한 학술논문과 책도 쏟아졌다.
“다양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글을 쓰는 시대다. 쉽게 써 내려가는 시에 대해 괴로워했던 윤동주의 삶은 오늘날 누리는 글쓰기의 자유와 행복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근대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의 극본과 작사를 맡은 한아름 작가가 밝힌 기획 의도다. 뮤지컬 영웅으로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극본상을 수상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 정혜진 예술감독, 권호성 연출 등 최고의 스태프와 힘을 합쳐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근대 가무극은 정제, 굿, 마당놀이 등의 전통 공연을 현대적으로 만든 한국적 공연 장르다.
작품은 독립운동을 중심에 둔 윤동주의 일대기가 아닌, 역사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한 청년의 고민과 갈등을 현대에 맞게 시적인 감각으로 풀어냈다. 윤동주의 심경을 담은 장면이 나올 때마다 알맞은 시가 배치되는데, 시 자체의 운율과 아름다움을 살려낸 점이 백미다. 윤동주 시인이 역사 속 인물로만 비춰지지 않고 친구, 형, 선배로 느껴지게 한다. 제목의 ‘달’은 윤동주의 마음을 대변하는 동시에, 조선을 강압했던 일제의 무게를 상징한다.
‘바람의 화원’과 ‘뿌리 깊은 나무’의 베스트셀러 작가 이정명의 신작 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도서출판 은행나무)은 국내에서 출간되기도 전인 올해 초 높은 선인세를 받고 영어권 명문 출판 그룹인 영국의 팬맥밀란과 영어판권을 계약해 화제를 모았다.
윤동주 시인이 ‘별헤는 밤’ ‘자화상’ ‘쉽게 쓰여진 시’ 등 주옥 같은 작품을 남긴 것은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이다. 연희전문학교가 소재해 있던 서울 종로구에는 시인을 기리는 문학관이 들어섰다. 문학관은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있는 청운공원 일대에 위치해 있으며, 근처에 있던 가압장과 물탱크를 활용해 지어졌다.
종로구가 추진하는 윤동주 브랜드 사업의 일환으로, 2009년 인왕산 자락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조성하고 윤동주 시 낭송회와 백일장, 문학둘레길 걷기대회 등의 행사와도 맥을 같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