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의 서류 작업이 상당한 저희 기관의 특성으로 인해 마을에 나가거나 학교에 나가 주민들을 만나는 날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설레고 기다려지는 ‘숨통’과 같은 시간입니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은 만성피로를 겪는 저희 봉사단원들에게 늘 에너자이저가 되어주고 있는데요, 아이들의 순수함과 해맑음은 그 자체가 킬리만자로 정상의 빙하수와 닮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보건위생 교육을 미술과 접목한 방과 후 미술 수업이 있는 날이면 아이들은 어느 새 저희 사무실 앞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습니다. 그러고는 선생님을 돕겠다고 미술 수업 재료들을 앞 다투어 나눠 들고 학교로 향합니다. 수업 시간, 혹시라도 수업 재료가 바람에 날릴까 온 몸을 동원해 재료들을 붙들어 놓고 활동을 하느라 손, 눈, 입을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미술 수업을 어려워하는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를 돕느라 손과 눈이 더욱 바쁜 아이들, 수업이 끝난 후 남몰래 조용히 교실 정리를 돕는 아이들까지 어찌 이들에게 마음을 뺏기지 않을 수 있을까요?
미술 수업을 이제 막 시작한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생각대로 표현해 보라고 요청했던 날, 아이들은 주저하고 망설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방법을 하나 또는 그 이상 찾아내어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이뤄내는 다양한 색들의 조화를 보노라면 이 아이들의 가능성을 헤아리는 게 힘듭니다. 미술 외에도 각 사람에게는 다양한 재능이 있으니 말이죠. 자신들의 작품을 뽐내는 포토타임은 미술 수업의 하이라이트! 아이들의 표정은 생기가 넘치고 익살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저희의 또 다른 에너자이저, 동네 꼬마 팬들입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터벅터벅 마을 입구까지 걸어가노라면 동네 코흘리개 아이들은 맨발로 방방 뛰며 함박웃음을 띤 채 옆 친구에게 질세라 목청 높여 저희를 반겨줍니다. ‘코레아! 코레아!’ 팬클럽 회장으로 추정되는 3살 주마는 늘 바지를 엉덩이 반까지 내려 입은 채 저희를 향해 달려오곤 하지요. 피곤한 나머지 아이들에게 답을 못 해주는 날에도 아이들의 외침은 마음에 힘이 되어 남습니다.
“와토토, 폴레 할라푸 아산테 사나!”(얘들아 미안해 그리고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