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종 뛰어넘어 서로의 존재에 감사해요
파키스탄에서 폭력을 당한 여성과 아동의 재활을 돕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심리학자 라비야 파야즈(29)씨는 자신을 ‘여성주의자’라고 소개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비정부기구 여성 활동가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 프로그램’ (EGEP) 현장에서다. 자리를 함께한 눌 아잔 압둘 라작(32)씨도 말레이시아 NGO SIS(이슬람의 자매들)에서 일하기 전까지 여성주의에 눈뜨지 못했다고 말했다. 라작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취직을 준비했지만 여성에게 높은 사회의 벽으로 매번 취업에 실패했다. 우연한 기회에 SIS의 구인 광고를 보고 지원을 한 것이 여성주의와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 무슬림은 적용받지 못하는 가정폭력방지법에 대한 개정 반대 시위에 참여하며 법 개정을 이끌어내면서 여성인권 활동가로 변모했다.
파야즈씨도 ‘CHEF 인터내셔널’과 ‘국제 의료법인’ 등에서 임상심리학자로 활동하며 사회 주변부 아동과 여성을 위한 활동에 참여해왔다. 파야즈씨는 “쓰레기를 모아서 파는 아이들의 경우 본드나 약물, 성폭력, 에이즈에 쉽게 노출된다. 경찰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자해를 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지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18일까지 열리는 EGEP를 통해 암스테르담 대학의 사스키아 교수 등 세계적인 학자들의 강의를 듣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 시위 등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이번 만남으로 파키스탄과 말레이시아 여성뿐 아니라 다른 나라 여성에 대해서도 관심과 책임을 느끼게 됐다며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서도 연대의 끈을 놓지않고 여성들을 위해 활동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