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제아동돕기연합 탄자니아 지부 육아건강센터의 프로젝트 매니저 ‘헤키마(탄자니아어로 지혜)’입니다. 2010년 3월부터 2년간 봉사단원으로 이 기관에서 활동하다 2012년 4월 프로젝트 매니저로 부임해왔습니다. 봉사단원으로 지낸 시간 동안 좋은 일들만 있었던 건 물론 아니지만 다시 탄자니아를 선택할 만큼, 탄자니아는 묘하게 끌리는 애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제가 있는 탕가지역의 육아건강센터는 5세 미만 아동의 사망률을 낮추고자 아동들에게 무료 진료와 약을 배포하고, 주민과 아동들에게 보건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보건소에서 근무하다 보면 환아들의 위급한 순간을 간혹 지켜보게 되는데요, 언론에서 보도됐듯 말라리아, 설사, 폐렴 등이 이곳의 주요 질병입니다. 이러한 질병에 걸린 아동들이 제때에 적절한 치료를 못 받을 경우 그리고 이 질병들이 저체중과 맞물 경우 아동들은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잃습니다.
5살 정도 된 아동이 입원실 침대 위에서 축 늘어진 채 링거를 꽂고 누워 있습니다. 눈을 뜨는 것조차 힘겨워 보이는 아이의 주변에는 아이의 엄마와 퐁궤보건소 간호사들이 걱정 어린 눈길을 한 채 서 있습니다. 아이는 급성 말라리아에 걸렸고 지난 밤 집 근처에 있는 간호사로부터 말라리아 주사약을 지나치게 많이 투여 받은 결과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걱정되는 마음을 안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입원실 쪽에서 엄마가 오열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아이의 생명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습니다.
거의 2주에 한 번, 저체중 때문에 만나는 아이와 엄마가 있습니다. 보통 의사는 엄마에게 영양관리 지도를 하고 영양죽을 배포합니다만 하루는 그냥 영양죽 없이 돌려보내길래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이의 체중 기록표를 보니 영양죽을 받으면 아이의 몸무게가 호전되고 영양죽이 끊기면 다시 악화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의사는 엄마가 책임감 있게 노력하지 않는다고, 엄마가 스스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합니다. 엄마는 집에 아이와 본인 둘뿐이라 아이만 두고 일을 나갈 수 없고 집에서 작물을 할 씨를 살 돈도 없다는 것입니다.
목숨을 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잃거나 잃을 수 있는 위기의 순간들을 마주하면 스스로 한없이 무력감을 느낍니다. ‘돕겠다’고 왔는데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 중 제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섣불리 누구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부끄러워집니다. 결국, 그러한 생각들이 바닥을 치고 난 후에야 겸손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힘을 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해외 장기 봉사를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가요? ‘돕겠다는 생각’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오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수많은 가치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갈등하고 고민할 마음의 준비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