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인 이 의원은 18일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 중 자신은 1945년생, 박 의원은 1952년생임을 염두에 둔 듯 “분단 현실을 체험하지 않고 국방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리더십을 갖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말로 사실상 여성 대통령 불가 입장을 명확히했다.
여성단체들은 특정 당의 정치 메커니즘에서 나온 발언이기에 특별히 이 의원의 발언에 공식 논평을 할 생각은 없지만 순수하게 발언 자체만으로 볼 때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20일 같은 당 여성 의원들도 통일신라시대 세 명의 여왕, 대영제국의 기초를 확립한 엘리자베스 여왕 등 동서고금의 뛰어난 여성 리더들의 실례까지 들어가며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의 여성 폄하 발언은 돌발 상황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제 풍토와 그 잔재로 끈질기게 남아 있는 남성 중심 통념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여성의 대통령 자격은 물론 여성을 ‘이등 국민’으로 간주하는 시각이 노골적이다. 그가 대통령을 염두에 둔 대선주자가 아니라면 코웃음 치고 넘어가겠지만, 대권을 공식 선언하고 나섰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여성인력 활용이란 모범 대안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근육’의 시대를 한참 넘어 섬세함과 감성, 배려와 관용의 리더십이 한반도 평화뿐만 아니라 인류 공존을 위해 절실하다는 것을 무시하고서 어떻게 대통령으로 나서기를 감히 꿈꾸겠는가. 한국의 이 고질적인 남성병을 예감이라도 한 듯 지난 4월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박근혜 의원의 대권 도전에 대해 “남성 우위의 아시아 사회에서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는 것을 가장 큰 의의로 꼽은 바 있다.
최근 중앙선관위의 19대 총선 투표율 분석은 2030의 표심이 대선의 향방을 가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총선부터 대폭 상승 중인 젊은층의 투표율(18대 총선과 비교해 19세 33.2%→47.2%, 20대 전반 32.9%→45.4%, 20대 후반 24.2%→37.9%), 그중에서도 젊은 여성들의 투표율이 놀랍게 상승(19세 27.3%→43.4%, 20대 전반 24.1%→40.4%)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재오 의원의 여성 비하 발언이 쉽게 잊힐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