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회관 안내실에서 화분이 왔다 해서 비서관이 가서 받아왔는데 참 난감해하더라. 알고 보니 ‘근조’ 리본이 달린 화분이었다. 화분을 보낸 지인이 말하길, ‘이제 시인 도종환은 죽었다, 끝났다’는 의미로 보냈다고 하더라.”

최근 한 북 콘서트에 게스트로 초대된 도종환 국회의원(민주통합당)이 시인에서 국회의원으로 입성한 지 얼마 안 돼 경험한 충격적인 사연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국민 95%에게 사랑받는 시인이 뭐가 아쉬워 지지율 5%도 채 안 되는 국회의원이 됐느냐”며 그를 사이에 두고 부부싸움까지 한 친구 얘기도 들려줬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과 선거의 피 말리는 경쟁 메커니즘을 겪어내고 19대 국회에 진입한 다른 국회의원들은 반신반의할 만한 얘기지만, 이날 콘서트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충분히 공감했다.

이런저런 당리당략에 얽매여 혼조세를 보이는 우리 국회. 선거 때는 ‘국민의 종’을 열렬히 자처하지만 선거만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셈법 하기에 바쁘다. 국민의 기대도 이미 ‘혹시나’에서 ‘역시나’로 변해가고 있다.

이쯤 해서 드는 단상 하나. 우리 정치인들은 왜 그토록 권력(power)을 가지기 위해 너무나 쉽게 사회적 영향력(social influence)을 포기하는 것일까. 존경은커녕 비웃음을 살 지경에 이른 권력이 진정한 권력이라고 정녕 믿고 있는 것일까.

여야 동반 등원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요즘, 새누리당이 19일 국회의원 특권 포기의 일환으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 아래 소속 의원들의 6월분 세비 전액을 반납하기로 하고 민주통합당에 대해서도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긴 하지만, 이런 극약 처방까지 동원되는 상징적 조치에 내심 반가워하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도종환 의원은 콘서트 말미에 “(근조 화분을) 4년 임기 내내 방에 두고 보면서 잘 가꿀 것”이란 다짐으로 시인 도종환과의 결별을 새삼 공식화했다.

19대 국회, “나 하나 죽으면 우리 정치가 살리라”는 역설의 소신을 가지고 진정성 있는 정치를 펴 나가는 국회의원들이 가능한 한 많이 나와주길 그래도 소원해본다. 피상적 권력과 영향력 사이의 깊고 큰 차이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이를 정치 현실에 반영, 울림 있는 의정 활동을 펴는 국회의원들을 많이 만나기를 바란다. 여기에 개인적 욕심을 덧붙이자면, 이왕이면 여성 국회의원들이 그 한가운데 있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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