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주 방문, 사회서비스예산 감축 반대
교황청의 ‘급진적 페미니스트’ 비판 받아

 

버스투어의 첫 번째 정착지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시몬 캠벨 수녀. ⓒ출처 : www.facebook.com/NetworkLobby
버스투어의 첫 번째 정착지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시몬 캠벨 수녀. ⓒ출처 : www.facebook.com/NetworkLobby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높여 온 미국 수녀들과 이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바티칸 교황청의 갈등이 잇달아 뉴스거리가 되고 있는 가운데 수녀들이 더욱 적극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미국 가톨릭 수녀 단체 ‘네트워크’(NETWORK)는 18일(현지시간) 미 전역을 순회하는 버스 투어를 시작했다. ‘버스 위의 수녀들(The Nuns on the Bus)’이란 이름의 이번 버스 투어는 6월 18일부터 7월 20일까지 한 달여간 9개 주를 방문하여 ‘라이언 예산안(The Ryan Budget)’이라 불리는 폴 라이언 공화당 의원의 사회서비스 예산 대규모 감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이들은 웹사이트에서 “가톨릭 수녀로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경제정의의 목격자가 돼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으며 의회가 가난한 계층을 희생시키면서 부자들을 더욱 부유하게 만들려고 하는 행동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버스 투어를 시작한 동기를 밝혔다.

버스 투어는 주교회의 ‘자유를 위한 포트나이트’에 맞선 수녀들의 행동으로 여겨지고 있다. ‘자유를 위한 포트나이트’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낙태와 피임에까지 확대시키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수정안을 저지하기 위해 이뤄지는 15일간의 기도회다. 또한 미국 수녀들에 대한 교황청의 비판이 나온 직후에 시작된 점도 중요하다. 교황청은 지난 4월 “미국 수녀 단체는 동성애나 낙태 등에 반대의 목소리를 충분히 내지 않고 신앙 전파보다 빈곤층과 사회정의 등 이슈에만 주력하는 ‘급진적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한 데 이어 6월 4일에는 마거릿 팔리 수녀의 책이 동성애, 이혼, 자위 등 자연법칙과 교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인정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네트워크’ 대표인 캠벨 수녀는 버스 투어에 앞서 10일 TV 토크쇼 ‘콜버트 리포트’에 출연해 “우리는 여성들의 요구에 응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추구할 뿐이다. 그것을 급진적이라고 말한다면 그렇다, 우리는 급진적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7일 저녁 아이오와주 디모인시의 성 트리니티 교회에서 출정식을 가진 버스 투어는 18일 오전 10시 첫 번째로 에임스시 스티브 킹 공화당 의원 사무소 앞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수녀들은 킹 의원과 만나 여러 종교단체가 함께 작성한 새 예산안을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사무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투어를 조직한 캠벨 수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 사회의 소외계층을 위해 살 것이며 모든 이들의 평등을 위해 노력하겠다. 불평등이 존재하는 곳에서 우리 모두는 고통 받는다”고 강조한 후 다음 장소를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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