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제대로 대우해야 요양서비스 질 높아진다

대부분의 방문 요양보호사들은 노인 돌봄 이외에 다른 가족을 위한 가사노동을 수도 없이 요구받는다. 도둑으로 의심 받는 일도 허다하다. 밍크코트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해고를 당한 동료도 있었고, 한 동료는 해고 당한 지 두 달이 지나 참기름 가져간 것 아니냐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 할아버지들은 돈을 줄테니 가슴과 아랫도리를 만지게 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자기 옆에 누우라고 한다. 이런 대우를 받으며 일하지만 임금은 처참한 수준이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노인 돌봄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계산해야 한다.(장모 요양보호사, 성북지역 재가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

지난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전면개정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정세균, 이미경, 양승조, 김용익,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주최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 ‘행동개시’ 출범식과 토론회가 열렸다. 올해 7월 시행 4년을 맞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19대 국회에서 다시 수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정 이후�여성에게 전가되던 노인 돌봄을�사회가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됐지만�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대책위는 제도의 공공성 강화, 노인 인권 보호를 위한 요양보호 서비스 질 개선, 요양보호사 보호를 위한 정부 정책 등을 요구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전면개정 발의를 촉구했다.

2008년 7월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호법을 통해 치매, 뇌혈관성 질환 등을 지닌 노인들이 신체활동이나 가사활동을 지원받고 있다. 2012년 4월 기준으로 29만여 명의 노인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용자의 40%는 입소시설 이용자, 나머지 60%는 재가기관 이용자다. 시설급여 기관 수는 4152개, 재가급여 기관은 1만9434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현정희 공동집행위원장은 “외형으로 보면 많은 노인들이 이 제도의 수혜자로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현대판 고려장’으로 불릴 만큼 요양 서비스 질이 심각한 시설이 많다”며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는 국가 공인 파출부로 불리며 전문직 대우는 고사하고 노동권의 사각지대에서 괴로워하다 이제는 하나둘 요양 현장을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요양보호사의 85%가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가요양보호사의 경우 월평균 임금은 67만원, 시설요양보호사의 경우 122만원을 받는다.

이렇게 서비스의 질이 악화된 원인은 요양기관들 간 출혈경쟁이다. 장기요양기관과 요양보호사가 과잉 공급돼 경쟁이 심화됐고 장기요양기관에서는 장기요양 대상자를 확보하기 위해 요양보호사에게 대상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등 편법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앞으로 대책위는 전국 도시에서 지역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시민들과 만나 간담회, 캠페인, 서명운동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책위는 7월 1일 전국요양보호사의 날을 맞아 오는 3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제4회 전국요양보호사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대책위에는 공공운수노조,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노동·시민·복지·공익변호사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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