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계획서 짠 뒤 절반은 용돈 저축해 사도록 가르쳐라
노동 가치 일깨우는 ‘홈 아르바이트’… 용돈 관리 병행해야
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돈맹(盲)’인 아이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돈맹이 컴맹보다 더 무섭다고 말한다. 컴맹은 자신만 피곤하지만 돈맹은 주변 사람까지 고통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녀를 돈맹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바른 소비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마트에서 충동적으로 물건을 사달라고 조를 때 바로 사주는 것은 경제교육상 바람직하지 않다. 황선하 아이빛연구소장은 “저축은 현재의 소비를 미래의 소비로 지연시키는 행동이다. 소비 지연을 잘하는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마트에서 엄마가 무계획적인 쇼핑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쇼핑은 놀이’라고 여긴다. 어려서부터 쇼핑 목록을 만든 후 소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는 자녀의 경제교사다. 부모가 돈맹인데 자녀가 돈에 밝은 아이로 성장하긴 어렵다. 부모가 가계부를 쓰지 않는데 자녀에게 용돈기입장을 쓰라고 해봤자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마트에선 물건을 비교한 후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한 개만 고르도록 한다. 한 가지 물건을 사면 다른 물건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기회비용 개념을 배우는 효과가 있다. 황 소장은 “만3∼4세가 되면 물물교환 개념을 알고 만4∼5세엔 금전에 대한 인지가 생긴다”며 “어려서부터 바른 경제습관을 들여야 성격으로 굳어진다”고 설명했다.
자녀가 MP3 플레이어를 갖기 원하면 구입계획서를 짠 후 용돈을 저축해 사도록 가르친다. 금액 절반은 스스로 만들고, 절반은 부모가 ‘매칭펀드’ 식으로 지원해주는 것도 좋다. 노동의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홈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홈 아르바이트는 용돈 관리와 병행해야 효과적이다.
홈 아르바이트 항목은 엄마 아빠 구두 닦기부터 화분 물주기, 와이셔츠 다림질까지 다양하다. 쓰레기 분리배출 100원, 식사 돕기 300원, 구두 닦기 500원, 와이셔츠 다림질 600원, 신문 스크랩 3000원 등 1년이나 한 달 단위로 홈 아르바이트 항목과 횟수, 금액을 미리 협의한다. 이영재 자녀경제교육연구소장은 “홈 아르바이트 항목은 부모의 일손을 덜어줄 수 있는 일로 정한다”며 “자녀가 어떤 행동을 안 했을 때 부모가 화날 만한 일이나 아이 스스로를 위한 일은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이에게 용돈을 주려고 일부러 안 해도 될 일을 맡겨선 곤란하다. 아이가 대충 일했는데 아르바이트비를 줘서도 안 된다. 부모와 자녀가 근로계약서를 쓰는 것도 권할 만하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 현금을 대체한 홈 아르바이트 쿠폰을 활용하고, 저학년은 투명한 돼지저금통을 집안에 놓고 아르바이트비를 주면 동기 부여가 된다.
용돈을 빠듯하게 줘서 홈 아르바이트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처음에는 가족 구성원으로 꼭 해야 하는 일을 홈 아르바이트 항목에 포함시킨다. 그래야 습관으로 굳어진다. 예컨대 식사 후 식탁을 치우고 싱크대에 그릇을 가져다놓도록 한다. 이때 절반만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는 가족 구성원으로 공동 부담하는 금액이라고 설명한다. 6개월 후 같은 돈을 주되 일을 늘려도 좋다. 아이가 홈 아르바이트를 한 다음에는 ‘방이 깨끗해졌네’ 하며 칭찬해줘야 효과가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