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유치장에서 브래지어를 벗으라고 요구받은 시위 참가 여성들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조중래 판사는 5월 30일 김모씨 등 4명이 “브래지어 탈의 요구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각각 15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자살 예방을 위해 유치인을 세밀히 관찰하는 등 다른 수단을 강구하지 않은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피해 여성들은 2008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가 체포돼 유치장에 갇혔다. 이들은 길게는 체포 시한인 48시간 가까이 브래지어를 벗은 채 유치장에서 생활해야 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국가를 상대로 각각 600만원씩 모두 24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은 유치인이 ‘혁대, 넥타이, 금속물 기타 자살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물건’을 소지하지 못하도록 한 경찰청 훈령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과 브래지어 탈의를 규정한 ‘유치장 업무편람’이 기본권 제한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허윤정 변호사는 “국가는 브래지어가 자살 도구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며 탈의 조치가 합법적이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2003년 이후 교도소와 구치소, 유치장에서 브래지어를 사용해 자살을 하거나 타인을 위해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강성준 활동가는 “브래지어 탈의 강요는 사실상 경찰이 구금된 여성에게 위축감과 수치심을 주려는 성별화된 폭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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