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유연화 정책, 여성 고용 확대에 도움 안돼

경쟁과 돈벌이 중심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여유 있게 여가도 즐기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일을 적게 하고 싶어 한다. 적게 일해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환경이 된다면 누구나 그렇게 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에서 적게 일해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이 될까.

통계청이 5월 24일 발표한 ‘2012년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간제 노동자는 지난해 동월 대비 11.1% 늘었다. 이 중 남성은 3.3% 늘어난 반면 여성은 14.4% 증가했다. 170만 시간제 노동자 중 123만 명이 여성으로, 시간제 노동자의 73%가 여성이다. 평균 근속 기간은 1년4개월로 6년9개월인 정규직, 2년5개월인 비정규직에 비해 훨씬 짧다. 월평균 임금도 62만1000원으로 비정규직 평균 임금인 143만2000원, 정규직 245만4000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시간제 근로자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21.3시간, 비정규직 39.1시간, 정규직 47.4시간으로 근로 시간이 짧지만 시간 대비 임금을 비교하면 아주 낮다. 비정규직에 비해 시간제 노동은 근로시간이 54%, 임금은 43% 수준이며 정규직에 비해 근로시간이 44%, 임금은 25%밖에 안 된다. 또 근로복지 수혜율도 퇴직금 11.2%, 상여금 14.9%, 시간외 수당 6.6%, 유급휴일(휴가) 6.3%로 나타났으며 사회보험 가입률도 심각해 국민연금 13.2%, 건강보험 15.4%, 고용보험 15.9%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시간제 노동의 증가는 나쁜 일자리의 양산에 불과하다. 시간제 노동은 근속 기간이 짧아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도 대부분 비례보호가 적용되지 않는 저임금 일자리다. 근로복지 수혜는 다른 비정규직에 비해 훨씬 낮아 고용과 임금, 복지 모든 분야에서 현저히 나쁜 일자리다. 적게 일해도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엔 시간제 근로는 대안이 아니다.

여성 시간제 노동자의 증가는 여성 고용 확대에 도움이 안 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시간제 근로는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지만 이 기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나 고용률은 늘지 않았다. 이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추가로 노동시장에 들어왔다고 보기 어렵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유연근로 확대 정책은 성별분리를 강화하고 있다. 시간제 노동의 73%가 여성이며 남성에 비해 여성이 4배나 높은 14.4% 증가한 것은 일·가정 양립의 책임을 여성에게 지우고 있다는 의미다. 2011년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위원회도 여성들이 가족에 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경력을 단절하거나 시간제 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정 및 가족에 관한 책임이 여전히 주로 여성에게 맡겨지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근로 시간 유연화 정책은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여성 고용 확대에 도움이 안 된다. 여성에게 가정과 가족생활의 책임을 지우는 성별분리를 강화하고 있으므로 단시간 근로 확대는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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