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또는 직업으로 무대에 서다

직장인 극단 ‘일상탈출’의 김보연(31)씨는 10년째 아마추어 연극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시절 봉사활동을 했던 야학에서 아주머니들을 모아 연극을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보는 일을 하는 그는 “회사와 극단 생활을 병행하느라 많은 시간이 들 것이라고 다들 생각한다. 하지만 친구들과 수다 떨고 쉬는 시간을 조금만 줄이면 가능하다. 결국 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한다”며 “연극을 올리며 배운 점들이 직장 생활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연극이 좋아서 배우, 연출, 극작 등으로 극단 생활을 하는 일반인이 늘고 있다.

올해 봄날연극축제에 참가하는 극단 틈새는 아들 수술비를 벌고 행방불명된 딸을 찾기 위해 한국에 온 중국 동포가 주인공인 ‘연변엄마’를 공연한다. ‘연변엄마’의 연출을 맡은 김미경(34)씨는 “직장인 극단은 프로 연극인들과 같이 모든 시간을 연극에 투자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공연의 질이 낮을 수는 있지만 그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리의 자부심”이라며 직장인 극단의 특징을 설명했다. 

손을 다친 첼리스트 남성과 은행원 여성의 사랑을 그린 ‘첼로와 케찹’(극단 일상탈출)에서 주연을 맡은 이동현(29)씨는 “무대에 오를 때마다 너무 떨린다. 하지만 극이 끝나고 나면 희열과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직장인 극단을 통해 프로 연극인으로 인생의 방향을 바꾼 사람도 있다. 고등학교 연극부 활동으로 연극을 처음 접한 최혜연(32)씨는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하고 웹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연극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전업한 경우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극단 ‘청우’에 들어갔다. 최씨는 “조명, 무대 제작 등 처음부터 끝까지 단원들의 노력으로 공연을 완성해야 하고 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이에 비해 경험의 폭도 넓힐 수 있다”며 직장인 극단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또 “프로 극단은 연기에만 신경 쓰는 만큼 책임감이 막중하다”면서도 “직장인 극단이라고 해서 마음가짐이 느슨해도 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하며 “아마추어는 돈을 받지 않을 뿐 실력까지 떨어지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고 직장인 연극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송이(27)씨도 직장인 극단을 통해 프로 연극인이 됐다. 이씨는 전공에 흥미를 가지지 못하다가 평소 사람의 마음에 흥미가 많다는 것을 떠올리고 직장인 극단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1년가량 취직을 보류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극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직장인 극단을 통해 ‘연극’이란 평생 직업을 찾을 수도 있지만, 극단 생활 자체가 직장과 일상생활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직장인 극단은 온라인 사이트와 오프라인 연습실을 가지고 활동하며, 전국적으로 있다. 이들 극단은 1988년부터 고용노동부가 주최하는 근로자연극제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4개의 극단이 연극제에 참여했다. 직장인 극단 연합체인 전국직장인연극단체협의회는 연극이론 및 스태프 실기강습을 위한 아카데미를 개최한다. 또 매년 4~6월에는 봄날연극축제도 연다.

전국직장인연극단체협의회 온라인 카페 cafe.daum.net/jik, 문의 010-2584-6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