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민의 정치참여 확대 통해
참여 민주주의 구현한다는 원칙과 소신 있어야

새누리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룰’을 놓고 본격적인 다툼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최근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대선에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완전국민참여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가 가장 민심과 일치되는 경선”이며 “본선 경쟁력을 가늠하는 제일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경선 방식을 공식 요구했다. 새누리당 당헌당규는 대의원 20%, 일반 당원 30%, 일반 국민 30%, 여론조사 20%를 각각 반영해 대선 후보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경기의 룰(rule)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 경기하는 것이지, 매번 선수에게 룰을 맞춰서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정당 지도자들의 당에 대한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평당원과 일반 시민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20세기 초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했다. 위스콘신주 의회는 1903년 의무적 예비선거법을 주민투표에 회부하기로 제안했고, 이듬해 1904년 주민투표로 이 제도가 지지됨으로써 미국 최초로 개방형을 표방하는 예비선거법을 제정했다. 미국 민주당은 50개 주와 워싱턴DC 중 14개 주가 코커스, 37개 주(72%)가 프라이머리를 채택하고 있다. 그중 25개 주가 오픈 프라이머리(전체 49%)를, 12개 주가 클로즈 프라이머리를 채택했다. 한편, 미국 공화당은 50개 주와 워싱턴DC 중 18개 주가 코커스, 33개 주(64%)가 프라이머리를 채택했다. 그중 22개 주(전체 43%)가 오픈 프라이머리를, 11개 주가 클로즈 프라이머리를 채택했다. 어느 정당이 어느 경선 방식을 채택하든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언제나 이득의 상쇄효과(trade-off)가 있기 마련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정당의 정체성 훼손, 역선택의 가능성, 과다한 선거 관리 비용, 사적 결사체로서 정당의 권한 침해, 조직으로서 정당의 무용성 등의 부정적인 효과를 유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원내 정당 구축을 통한 한국 정당정치 패러다임의 변화, 의원 개개인의 자율성 확대와 여야 간의 고착적인 갈등구조 완화, 정당 민주성 강화, 이념적 편향성 완화를 통한 상생정치 창출과 거버넌스 위기 해결,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 욕구 충족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더 많이 수반할 수 있다. 따라서 부정과 긍정의 극단적인 시각에서만 오픈 프라이머리를 바라본다면 이는 합리적인 사고가 될 수 없다. 이 세상에 완벽한 제도란 없다. 오로지 보다 완벽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길만이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도 예외가 아니다. 여야가 국민의 정치참여 확대를 통해 참여 민주주의를 구현한다는 원칙에 동의한다면 오픈 프라이머리의 도입과 정착을 위한 생산적인 방법이 도출될 것이다. 역선택의 위험성을 막기 위해 미국처럼 여야가 경선을 동일한 날에 시행할 수 있도록 정당법과 선거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난 2002년 2월 28일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가 탈당했다. 당시 제왕적 총재인 이회창 총재가 자신이 제안한 경선 룰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부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고, 벽에 부닥쳐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나라당은 책임 있는 민주정당, 국민정당으로 거듭나 국민의 신뢰를 받느냐, 아니면 총재 1인의 정당으로 남느냐 하는 기로에서 국민적 여망을 외면하는 불행한 선택을 하고 말았다”며 탈당 배경을 밝혔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불거지고 있는 경선 방식 변경과 관련한 내홍을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박 비대위원장이 ‘역지사지의 정치’를 펼치는 것이다. 자신이 10년 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힘없는 비주류로서 무엇을 갖고 제왕적 총재와 얼마나 처절히 싸웠는지 반추해보면 답이 나온다. 여하튼 박 위원장은 우리 국민이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세력에게 결코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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