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결실 맺은 할머니들의 꿈
9년 만에 결실 맺은 할머니들의 꿈
  •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2.04.27 15:00
  • 수정 2012-04-27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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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성산동 주택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 리모델링
한·일 시민 20억 모금… 일본군 ‘위안부’ 역사 담은 전시

 

5월 5일 개관식을 갖고 일반에 공개되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끝자락에 있는 주택을 리모델링해 지상 2층, 지하 1층 박물관으로 꾸몄다. ⓒ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5월 5일 개관식을 갖고 일반에 공개되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끝자락에 있는 주택을 리모델링해 지상 2층, 지하 1층 박물관으로 꾸몄다. ⓒ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전쟁과 여성폭력이 없는 세상, 강자가 약자를 누르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할머니들의 염원을 담았어요. 박물관은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알리는 역사 교육 현장이 될 것입니다.”(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어린이날인 5월 5일 개관한다. 2003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정부 생활지원금을 쪼개어 낸 주춧돌 기금으로 점화식을 한 지 9년 만이다. 정대협 관계자들이 “꼬불꼬불 굽이굽이 아리랑 고개를 넘었다”고 할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역사를 보고 배워 나 같은 여자들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라”(길원옥)는 할머니들의 간절한 소망이 마침내 열매를 맺은 것이다. 이날 개관식에선 김복동·길원옥 할머니가 설립한 나비기금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전시 성폭력 피해자인 레베카 마시카 카추바에게 전달한다.

박물관은 당초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 부지에 건립될 예정이었다. 서울시가 독립공원 매점 부지를 기부해 2009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에 첫 삽을 떴으나 광복회 등의 반대에 부딪쳤다. “순국선열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독립유공자 단체들의 반대에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마포구 성산동에 새 부지를 마련해 지난해 8월 14일 박물관 건립을 알리는 ‘희망의 문열기’ 행사를 가졌다.

박물관은 한·일 양국 시민들의 힘으로 벽돌 한 장 한 장을 쌓았다. 송신도 할머니의 다큐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상영을 통한 모금부터 1만인 건립위원 참여 캠페인까지 각계의 후원이 이뤄졌다.

일본 각지에서도 모금활동이 진행됐다. 가해국 시민들이 건립운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부지 매입비 16억원을 포함해 건립비용 25억원 중 정부 지원은 5억원에 불과하다. 대기업들도 기업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줄줄이 후원을 거절했다. 빚 없이 시작한 데 대해 여성계는 “기적같다”고 평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매년 운영과 전시 교체 비용이 1억5000만원씩 필요해서다.

박물관은 대지 343㎡의 공간에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로 들어선다. 건물 뒷길 역사로를 따라 지하 1층에 들어서면 전쟁터와 위안소에서 고통 받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울림의 방’이 나온다. 사진과 영상,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계단 벽돌에 ‘전쟁을 하지 마라’ 같은 할머니들의 목소리와 분노를 문구로 표시했다. 벽돌에는 할머니들의 사진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작게 아로새겨져 있다. 우리 사회에서 할머니들의 위치가 그만큼 작다는 의미다.

지상 2층은 3개 방으로 꾸며졌다. 위안부 역사를 담은 패널과 유품, 정대협 운동과 수요시위 관련 전시물이 선보인다. 지상 1층 상설공간에는 아프리카, 아시아 등의 전시 성폭력 관련 전시를 선보인다. 특별전시관은 개관 때까지의 역사를 담았다. 주차장은 리모델링해 회의나 모임 공간으로 개방한다.

박물관에는 할머니들이 위안부 문제를 호소하기 위해 유엔에 갈 때 들고 다녔던 가방 같은 유품과 수요시위 초기에 사용된 핸드마이크, 시위용 조끼 등이 선보인다. 수요시위가 살아있는 거리 박물관이라면 박물관은 미래 세대가 역사를 배울 공부방이다. 어린이날에 개관식이 열리는 것도 아이들에게 평화 세상을 선물하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박물관 심벌은 보랏빛 나비다. 전쟁터에서 죽음 같은 고통을 딛고 살아남아 숭고하게 날갯짓한 할머니들의 삶을 상징한다. 윤 대표는 “주민들과 의논해 성산동을 평화마을로 가꿔 해외에 알리고 싶다”며 “카페나 식당에서 평화 관련 전시를 마련하고 평화기행도 진행할 구상”이라고 말했다.

5월 한 달간 무휴로 운영된다.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박물관 개관으로 정대협의 22년 운동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나비재단을 세우는 것이 또 다른 목표다.

후원 계좌: 국민은행 011201-04-008524 정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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