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여성인권을 공부하라, 제발”
“경찰, 여성인권을 공부하라, 제발”
  • 이하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2.04.20 15:06
  • 수정 2012-04-20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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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단순’ 성폭행은 ‘사소한’ 일로 보는 민중의 지팡이
‘수사 편의주의’ 벗어나 성인지적 감수성 ‘체화’돼야

 

수원 살인사건은 경찰과 우리 사회의 여성폭력에 대한 낮은 인권의식이 부른 참사다. 사진은 18일 밤 서울의 한 파출소 앞을 지나는 20대 여성의 모습.prescription drug discount cards site cialis trial coupon
수원 살인사건은 경찰과 우리 사회의 여성폭력에 대한 낮은 인권의식이 부른 참사다. 사진은 18일 밤 서울의 한 파출소 앞을 지나는 20대 여성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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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수원 여성 살인사건은 여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과 여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불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1일 신고를 받은 수원중부경찰서 112 담당자는 피살 여성의 잇단 비명에도 ‘부부싸움 아니냐’고 했고, 상황관리관은 상부에 ‘단순 성폭행’으로 보고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8개 여성단체는 ‘수원살인사건 여성긴급행동’(이하 여성긴급행동)을 결성하고 9일 성명을 발표했다. 여성긴급행동은 성명에서 “모든 성폭행 사건은 성폭행 사건이며 명명백백한 범죄다. 무엇을 근거로 단순하고 아니고를 구분하는가. 그 구분이 달라지면 범죄의 처리도 달라진다는 건가”라며 단순 성폭행으로 판단한 경찰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수원사건의 제2의 살인자는 여성폭력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해온 국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의 책임 있는 대응과 여성폭력에 대한 인식·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두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가정폭력은 부부 갈등으로 인한 부부싸움이자 ‘집안일’이 아니며, 성폭력은 성적인 사건이나 개인과 개인의 권리 충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여성폭력 사건을 사소한 일로 치부하는 뿌리 깊은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0년 여성가족부의 ‘전국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부폭력률은 53.8%에 달하지만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8.3%에 불과하다. 경찰 신고 후 경찰의 조치 내용을 보면 ‘출동은 했으나 집안일이니 서로 잘 해결하라며 돌아감’이라고 답한 비율이 50.5%, ‘집안일이니 둘이서 잘 해결하라며 출동하지 않음’ 17.7%로 68.2%가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두나 활동가는 “시스템의 문제도 있지만, 법을 집행하는 이들이 여성폭력을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 예방과 근절을 위한 어떠한 시스템 정비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처럼 특정 사건이 이슈화될 때마다 공분을 잠재우기 위해 관련 대책을 짜깁기로 다급하게 내놓아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고, 여성폭력에 대한 경찰 인식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감수성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경찰 등 수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양성평등 인권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은 일회성으로 3시간 동안 이론과 현장 실무를 함께 교육한다. 박찬주 여성가족부 복지지원과 사무관은 “지난해부터 경찰관 교육과정에 3시간을 할애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2272명을 대상으로 52회가 진행됐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 등 수사 관계자 대상 양성평등 인권교육을 활성화하고, 인식 개선 캠페인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회성 교육만으로는 경찰이 인권을 추가 업무로 받아들이는 불편한 진실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승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지난 2005년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이 제정되면서 피해자 인권보호를 위한 시스템과 매뉴얼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하지만 경찰들은 인권을 바탕에 두고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을 진급하는 데 필요한 업무로 인식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이미 마련된 인권 개선 제도나 장치가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신임 경찰 교육과정에 인권교육이나 피해자학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거나 경찰청에 배치된 후에도 계속 보수교육을 통해 인권을 ‘체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 정규교육 과정에 여성폭력 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찰 내부에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 만큼 경찰 교육의 정규 커리큘럼에 인권교육과 함께 성폭력 등 여성폭력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배울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준 교수는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검찰, 범죄자, 피해자를 만나는데 그 한 축인 피해자를 모르면서 범죄자만 잡는다는 것은 과도한 실적·성과주의에 함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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