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정법률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분석
피해자, 대졸 이상 72%…정서적 폭력도 갈수록 늘어

남편의 아내 폭력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법)가 10일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서울중앙지검·인천지검으로부터 상담위탁 보호처분 혹은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가정폭력 행위자 55명을 분석한 결과 칼·가위·도끼 등 흉기를 사용해 아내를 다치게 한 경우가 25.5%(14명)에 달했다. 2010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앞서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해 남편이나 애인에게 살해된 여성은 최소 65명”이라고 밝혔다. 아내들의 수난 시대인 셈이다.

가법에 따르면 가정폭력 원인은 가부장적 사고 등 성격 차이(31%·26건)가 가장 많았다. 부부 간 불신과 음주, 경제 갈등 등이 뒤를 이었다. 혼인 기간은 10∼20년이 30.9%(17명), 5∼10년과 5년 미만이 각각 16.4%(9명)로 나타났다. 박소현 상담위원은 “자녀 양육이 주관심사인 10∼20년차는 결혼 생활 만족도가 가장 떨어지는 시기로 부부관계가 가장 소원해지기 쉽다”며 “대화나 취미생활로 부부관계를 다지지 않으면 갈등이 폭력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체적 폭력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정서적 폭력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접수된 가정폭력 상담 830건을 분석한 결과 ‘정서적 폭력’이 47.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43.8%)보다 다소 늘어난 수치다. 이어 신체 폭력(37.4%), 경제적 폭력(8.8%), 성적 폭력(6.1%) 순이었다. 피해자 학력은 대졸 이상이 72%를 차지했다. 여성의전화 측은 가정폭력이 주로 학력이 낮은 계층에서 일어난다는 사회 통념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가정폭력은 발생률에 비해 신고율이 매우 낮고, 기소율도 10% 미만에 불과하다. 대부분 검찰 단계에서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로 처리되거나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된다. 정춘숙 상임대표는 “가정폭력 가해자 체포우선제도를 도입하고, 사법처리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또 “여성폭력 피해자 관련 예산이 관할 부서인 여성가족부의 일반예산으로 편성되지 않고 법무부 범죄피해자보호기금 등 기금사업이라 피해자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며 “여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독자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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