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없으면 평화도 없다

회의에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일반권고문 작업그룹의 대표를 비롯한 유엔 관계자와 필리핀 평화협정 참가자, 영연방 전 젠더자문관, 아체 활동가, 미얀마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솔로몬섬 활동가, 스리랑카 인권법 교수 등 정부 관계자, NGO 활동가 및 자문관 등 70여 명이 참가했다.

‘분쟁과 분쟁 이후 상황에서 여성인권 보호’라는 주제는 그동안 유엔 내부에서 논의가 확대돼 왔다. 분쟁 상황에서 여성 인권을 보호하고 이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를 독려하며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으로 200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여성·평화·안보에 대한 결의 1325호’를 채택했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2010년 10월 47차 회의에서 분쟁과 분쟁 이후 상황에서 여성 인권 보호와 증진에 대한 일반적인 권고문을 개발할 것을 결정했다. 이 권고문은 무력 분쟁과 모든 평화 형성 과정에서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 각국 정부에 적절하고 권위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18일 뉴욕에서 일반 토론을 시작으로 대륙별 협의회를 하고 있다.

아태지역협의회는 이번 회의에서 분쟁 개념과 분쟁이 여성과 여자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여성들은 다양한 분쟁에 직면해 있으며 그 속에서 남성들과 다른 경험을 하고 여성 인권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에도 여성 인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경우 여성 인권 침해는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성폭력 처벌 등 책임 메커니즘과 정의의 실현에 여성의 접근성 강화를 강조하는 다양한 제안을 내놨다.

분쟁 종식과 평화로의 전환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 강화를 위한 제안도 논의됐다. 여성은 분쟁에서 희생자일 뿐 아니라 평화 형성자 또는 화해자로서 참여한다. 분쟁을 평화로 만드는 변화의 촉진자로 여성 참여를 촉진하는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다. 여성들이 평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전쟁은 중단될지라도 성폭력이 지속되고 여성의 낮은 지위는 지속될 것이다.

앞으로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과테말라, 아프리카 등에서 지역협의회를 개최하고 2013년 일반 권고문 초안 발표, 여성차별철폐협약 회원 국가의 검토, 2014년 권고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반 권고문이 채택되면 회원국은 여성차별철폐조약이행보고서에 이 권고문 내용을 포함한 이행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1984년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가입국으로 조약 이행보고서를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하고 있다. 아직 정부 보고서에는 평화·통일·안보 분야에 대한 활동 내용이 포함돼 있진 않다. 따라서 이 권고문이 채택된 후 정부는 현재까지 포함하지 않던 이 분야에서의 활동을 보고해야 할 것이다.

분쟁지역 한반도에 사는 여성으로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문에 많은 기대를 하게 된다. ‘여성이 없으면 평화도 없다(No Women, No Peace)’는 주장에 정부가 성의 있게 답하는 날을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