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핵발전소가 있는 부산시 기장군 길천 마을에는 주민들이 이런 현수막을 내걸었다. “고리 1호기 사고 108건! 기네스 기록에 도전 중!! 한수원 너희가 짱인 듯…” 돋보이는 유머 감각에 웃음이 났으나, 낡은 핵발전소를 곁에 두고 살면서 불안해하는 주민들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는 낡은 만큼 사고도 잦다. 지난 2월 19일에는 전원 공급이 완전히 끊긴 상태가 12분이나 지속되어 자칫하면 후쿠시마 핵사고와 같은 폭발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한 달 넘게 이러한 사실이 은폐돼 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핵발전소 안전 대책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최근에는 고리 1호기가 가동 초기부터 원자로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이 추가로 확인됐다.

단단한 강철도 영하 몇십 도의 낮은 온도에서 충격을 주면 유리처럼 깨져버린다. 그런데 강철에 중성자를 쏘이면 깨져버리는 온도가 점점 높아져 상온에서도, 심지어 끓는 물에서도 깨지게 된다. 강철로 만드는 핵발전소의 원자로 용기가 바로 그렇다. 방사선과 중성자선에 과다 노출되면 삭아버려 작은 온도 변화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금속이 높은 온도에서 늘어나는 성질을 ‘연성’, 낮은 온도에서 잘 깨지는 성질을 ‘취성’이라 하는데, 몇 도가 되면 깨지는지를 알려주는 ‘연성-취성 전이 온도(DBTT)’는 원자로 용기의 단단함을 알려주는 필수 요소다. 이 온도가 높아진다면 고온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원자로가 작은 온도 차에도 깨질 위험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고리 1호기 원자로는 가동된 지 1년 만인 1979년 10월 조사했을 때, 영하의 온도에서도 버티던 강철이 이미 약해져 섭씨 134.73도의 온도에서 원자로가 깨질 위험이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일본은 신규 원자로에 대해 섭씨 93도에서도 깨지지 않도록 하는 기준을 적용하며, 발전소 정기 점검 뒤 재가동하기 전에 압력을 높이고 온도를 100도 이하로 떨어뜨려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테스트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선 원자로가 깨질 위험이 있는 온도가 80도만 넘어도 폐쇄 요구가 빗발친다.

반면, 고리 1호기는 ‘연성-취성 전이 온도’가 130도를 훌쩍 넘긴 상태에서 30년을 가동했고, 2007년 6월 설계 수명 30년이 만료된 뒤에도 다시 10년간 수명을 연장해 재가동하고 있는 중이다. 불안한 고리 1호기를 이대로 계속 가동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노후한 핵발전소의 즉각적인 폐쇄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와 정당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뒤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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