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여성 인재 찾기, 의지와 노력 부족했다”
이번 총선 정국은 총체적으론 여성 대표성의 위기다. 할당제 효과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특히 여성 인력풀 가뭄을 탓하기보다 각 정당이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확실히 여성 인재를 찾기 위해 노력했는지부터 묻고 싶다. 이런 노력이 부족했다면 여성 인재 타령은 핑계에 불과하고 남성적 관점이 투영된 보수적 입장을 표방한 데 그칠 것이다. 여성할당제에 대한 당내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것은 우리나라의 정당들이 얼마나 가부장적인지를 방증하는 것이며, 이 부분에 대한 원인과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변혜정 서강대 양성평등성상담소 상담교수
“‘여성’ 대변할 여성 후보, 얼마나 검증했나”
생물학적 여성을 얼마나 뽑았느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여성의 권익을 대변할 진정한 여성 대변자를 뽑아야 하는데, 역대 여성 국회의원들, 현재 여성 후보들에 대한 젠더 관점에서의 검증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의심스럽다. 여성주의적 정치인이란 사회 각 분야에서 비주류 약자의 관점을 반영한 의정활동을 펼쳐 ‘국회의원=특권층’이란 공식을 깨고 사회의 전반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다. 이를 위해 여성단체와 전문가, 여성언론은 선거 기간을 넘어 상시적으로 여성 정치인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멘토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정진주 사회건강연구소장
“‘피로 사회’ 타개할 공약이 안 보인다”
중요한 현안은 노동시간 조정과 일자리 분배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정당도 사회 전체 시스템을 변혁할 수 있는 눈에 띄는 공약을 내놓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 강도 센 노동 여건과 과잉 성과주의는 여성에게 더 치명적이다. 노동시장 진입은 물론 지속가능한 발전을 막는다. 고령사회에서 국민연금 이상의 현실적인 복지책도 부족하다. 막대한 예산을 퍼붓는 수치적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 방향이 무엇이고 어떻게 우리 사회를 바꾸어나갈지를 가늠케 하는 비전이다. 이런 밑그림이 전체적으로 불명확하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보육재정 근본 문제 살펴야”
각 당이 모두 무상보육 시리즈에 함몰된 나머지 논쟁에 있어 상당수 사각지대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젠더 관점에서 볼 때 보육비 지원과 양육수당이 왜 서로 조합되지 않는지를 분석해야 할 것이다. 각 당이 유사한 정책만 경쟁적으로 제시할 뿐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 과정은 전혀 없었다. 보육비 지원 확대 이전에 보육재정의 누수를 차단시키고 개선할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한 개개인의 필요에 따라 시설을 이용하고, 전업주부와 취업주부를 편 가르지 않고 이들 각각에 맞는 양육지원 방식을 조화와 균형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