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성’ 논문 많아도 사후 프로그램 개발은 ‘제자리’
남성·성기 중심적인 성 문화 여전

 

정신숙 인구보건복지협회 과장은 16일 열린 ‘노인의 성과 사랑’ 세미나에서 “노년기 성을 특별한 것으로 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인식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정신숙 인구보건복지협회 과장은 16일 열린 ‘노인의 성과 사랑’ 세미나에서 “노년기 성을 특별한 것으로 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인식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본격적으로 노인의 성을 다룬 영화 ‘죽어도 좋아’ 등장 이후 10년, 노인의 성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성매매에 대해 남녀 노인 모두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등 남성의 성욕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남성 중심적인 성 문화는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가 서울시노인복지관 이용 노인 및 탑골·종묘공원 이용 노인 등 3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인 성 실태 조사연구’ 결과, 성매매에 대해 남성 노인 중 9.8%는 ‘필요하다’고, 22%는 ‘필요악이다’라고 답했다. 남성 노인 10명 중 3명은 성매매가 필요한 것이라고 인식하는 셈이다.

16일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주최로 열린 ‘노인의 성과 사랑’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남성 노인 중 ‘배우자가 있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20.1%), ‘잘 모르겠다’(14%)고 응답한 사람도 성매매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며 “여성 노인의 경우에도 ‘성매매는 절대로 안 된다’(45.7%)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배우자가 있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23.3%), ‘잘 모르겠다’(21.7%)는 응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여성도 성매매를 수동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노인의 성매매에 대한 인식은 일반 국민의 성매매 범죄 인식률보다 매우 낮다”며 “성매매를 하느냐, 마느냐를 떠나 남녀 노인 모두에게 성매매가 어떤 폭력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여성인권을 어떻게 침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고령 인구의 증가 등으로 노인의 성과 사랑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지원할 관련 프로그램 개발은 지지부진한 상태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신숙 인구보건복지협회 과장은 “현재 노인의 성에 대한 논문이 300개나 된다. 물론 관심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논문이나 언론 보도가 노인의 성을 특화하고 선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특히 논문을 발표한 이후 관련 프로그램 개발은 전무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실태조사를 총괄한 송인주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실장은 “관련 종사자들이 성 상담 시,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전통적인 성역할 분담에 대해 관점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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