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 비례대표 명단에 다양한 이력의 여성 후보들이 이름을 올려 화제다. 당별로 경향은 다르지만 ‘스토리’가 있는 인물로 유권자에게 어필하려 한다는 점에선 공통적이다. 이에 대해 여성계는 각 당이 대중성에 급급해 정치 경력과 성평등 마인드를 얼마나 검증했는지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장기적인 여성정치 세력화를 위해 다음 20대 총선에서도 ‘생존’ 가능한 여성인력이 얼마나 포함돼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현재 비례대표 50% 여성할당제가 실시되는 가운데 사실상 여성 의원수를 늘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역구 진출이다. 더구나 17대 국회 이후 각 당이 비례대표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명시했기에 비례대표 후보들은 4년간의 ‘훈련’을 통해 지역구 도전에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책무가 있다. 여기에 각 당이 추구하는 정책적 목표에 얼마나 부합하는 인사들을 선정했는지, 이것이 표심에 어떻게 반영될지도 미지수다.
다음은 각 당 비례대표로 선정된 여성 후보 명단이다.
새누리당
과학계·소수자 배려… 여성전문가 없어
비례대표 1번은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이 받았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원자력 분야에서 20년간 헌신해온 여성 과학자”라며 “여성이 전무한 전문 분야에 뛰어들어 편견과 역경을 극복한 점을 높게 샀다”고 말했다. 민 연구위원은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미래가 달린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이공계와 여성을 우대하겠다는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새누리당의 방침이 공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기대에 부응해 우수한 인재가 과학기술 분야에 진입하도록 사회인프라 구축에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명희(3번) 한국농수산식품CEO연합회 부회장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다 남편의 사업 파산 후 쌀 포장 사업을 시작해 자수성가한 ‘감동 인물’이라는 설명이다. 신의진(7번) 연세대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소아정신과 의사로, 조두순 사건의 피해 아동과 광주 인화학교 피해자들을 치료했다. 이에리사(9번) 전 태릉선수촌장은 1973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으로 ‘사라예보의 신화’를 썼던 체육인이다.
영화 ‘완득이’에서 완득이 엄마로 출연한 이자스민씨는 15번을 배정받았다. 이주 여성 자조 모임인 물방울나눔회 사무총장을 맡아 ‘이주 여성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여성신문사가 제정한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을 받기도 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당초 1번에 배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당선권 중간인 11번에 이름을 올렸다. 새누리당은 18대 총선 당시 22명이 당선권에 들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20~22번 정도를 안정권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비례대표 여성후보 공천자
1번 민병주(53)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
3번 윤명희(55) 한국농수산식품CEO연합회 부회장
5번 강은희(47) IT여성기업인협회장
7번 신의진(49)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9번 이에리사(57) 전 태릉선수촌장
11번 박근혜(60)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13번 김현숙(45) 전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15번 이자스민(35) 물방울나눔회 사무총장
17번 류지영(62) 한국유아교육인협회장
19번 민현주(42) 경기대 교수
21번 손인춘(53)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사
23번 현영희(60)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사
25번 신경림(57) 전 대한간호협회장
27번 박윤옥(62) 한자녀더갖기운동연합회장
29번 장정은(44) 21세기여성정치연합 이사
31번 정윤숙(55) 충북우수중소기업협의회 감사
33번 서미경(42) 새누리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35번 한정혜(43)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문화관광분과 간사
37번 정수경(53) 서울지방변호사회 상임이사
39번 최유수(61) 한국헤어피부미용중앙회 상임고문
41번 신향숙(42) 애플앤유 대표이사
민주통합당
노동·복지 인사 대거 포진…다양성 부족해
정당의 상징성을 지닌 비례대표 1번에는 노동운동가 고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가 배정됐다. 검정고시를 치르고 영국 워릭대에서 노동학 박사학위를 받은 전 대표는 사회적기업 ‘참 신나는 옷’ 대표도 맡고 있다.
여성운동을 이끌어 온 남윤인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와 한명숙 민주통합당 당 대표는 각각 9번과 15번을 배정받았다. 검찰 개혁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장 진선미 변호사도 비례대표 5번에 올랐다.
비정규직 전문가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3번에 자리했다. 노동계 인사로 한정애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이 11번에, 참여성노동복지터 수다공방 이사를 맡고 있는 문명순 금융경제연구소 상임이사도 23번에 올라 경제 민주화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 출신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19번을,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을 추진하고 있는 부산일보 퇴직 기자 배재정씨가 7번을 받았다.
의료계 인물도 눈에 띈다. 조경애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가 25번에, 전 대한약사회 홍보이사 김경자씨가 29번에 배정됐다. 1989년 대학생 시절 전대협을 대표해 방북했다 판문점을 통해 귀환한 임수경씨도 21번에 올라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비쳤다.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된 장하나씨와 정은혜씨는 각각 13번과 27번에 배치됐다.
당내에서는 김현 민주통합당 수석부대변인이 17번, 민주당 실무를 맡고 있던 송옥주 민주당 교육연수국장, 정지영 민주당 대변인실 국장, 정춘생 민주당 여성국 국장이 30번대 후반에 포진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는 20번까지 안정권으로 여겨지고 있다.
비례대표 여성후보 공천자
1번 전순옥(58)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
3번 은수미(49)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5번 진선미(44) 민변 여성인권위 위원장
7번 배재정(45) 전 부산일보 기자
9번 남윤인순(53)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11번 한정애(47)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13번 장하나(34) 민주당 제주도당 대변인
15번 한명숙(69) 민주통합당 대표
17번 김현(46) 민주통합당 수석부대변인
19번 최민희(51) 전 국민의명령 대외협력위원장
21번 임수경(43) 방송위원회 남북방송교류추진 위원
23번 문명순(49) 금융경제연구소 상임이사
25번 조경애(49)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27번 정은혜(28) 연세대 일반대학원 정치학과 재학
29번 김경자(50) 전 대한약사회 홍보이사
31번 송옥주 민주통합당 교육연수국장
33번 정지영 민주통합당 대변인실 국장
35번 김재수 민주통합당 생활정치국 국장
37번 정춘생 민주통합당 여성국 국장
자유선진당
당 내부 인사와 정책 전문가 확정
비례대표 1번은 문정림 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가톨릭의대 재활의학과 교수를 지낸 문 대변인은 2010년 여성 최초로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을 역임했다. 황인자 당 최고위원은 3번을 받았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을 지낸 황 최고위원은 정무장관(제2)실부터 여성부, 서울시에서 23년간 근무한 여성정책 전문가다.
5번에 배정된 송아영 충남교향악단 운영위원은 공주영상대 음악과 교수와 당 부대변인을 지냈다. 저술가로, 공천심사위원회 외부위원을 맡았던 정영순씨가 7번에, 당 대구광역시당 공동위원장이자 ㈜아름다운여행사 대표이사인 이명숙씨는 9번, 당 홍보국장인 함영이씨는 12번을 받았다.
비례대표 여성후보 공천자
1번 문정림(50) 당 대변인
3번 황인자(56) 당 최고위원
5번 송아영(48) 충남교향악단 운영위원
7번 정영순(57) 저술가 및 사회교육가
9번 이명숙(61) 당 대구광역시당 공동위원장
12번 함영이(46) 당 홍보국장
통합진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