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4일 서울여성플라자서 ‘2012 동북아여성평화회의’
“독일은 2022년 탈핵…원전, 여성들이 더 반대”

 

‘2012 동북아여성평화회의-국가별 보고’ 세션에서 발표한 첸 후아이팬 중국인민평화쟁취·군비감축협회 사무부총장(가운데)과 정경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정책위원장(오른쪽), 사회자인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공동대표.
‘2012 동북아여성평화회의-국가별 보고’ 세션에서 발표한 첸 후아이팬 중국인민평화쟁취·군비감축협회 사무부총장(가운데)과 정경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정책위원장(오른쪽), 사회자인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공동대표.
“2022년 말 독일에선 어떠한 원자력 에너지 발전소도 가동되지 않을 것입니다.”

13∼14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동북아여성평화회의 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2012 동북아여성평화회의’에서 실비아 코팅울 독일 연방하원의회 의원은 힘주어 말했다. 환경부 대변인을 거쳐 녹색당 원자력정책 대변인으로 활약 중인 그는 주제발표를 통해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정계에 입문한 과정과 독일의 탈핵 여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후쿠시마 핵 재앙 1주기에 맞춰 열린 이번 평화회의의 주제는 ‘핵 없는 세계와 동북아시아 여성의 삶’이다.

독일은 2009년 기독교민주연합당과 자유민주당 연합정권이 원전 수명 연장을 결정했으나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22년 탈핵을 단계별로 진행 중이다. 코팅울 의원은 “원자력 에너지에 대항하는 40년간의 긴 투쟁이 승리로 끝나게 됐다”며 “원전에 대한 시민들의 강한 저항의식, 반핵운동을 이끄는 녹색당, 원전을 대체하는 에너지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탈핵의 성공을 뒷받침한 세 가지 이유”라고 말했다.

코팅울 의원은 자발적인 시민운동 사례로 독일 블랙포레스트시에서 결성된 ‘원자력에 반대하는 부모들의 모임’을 소개했다. 이 단체는 독일 전역에서 모은 기부금을 토대로 20년 전 에너지 공급 설비를 매입해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지금은 독일에서 가장 큰 녹색에너지 기업 중 한 곳으로 성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연방정부는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35%로 증가시킬 계획”이라며 “재생에너지의 고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평화회의에선 여성들이 탈핵운동에서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영선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행동’ 공동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탈핵 밑바탕에는 생명을 지키려는 여성들의 활동이 있다”며 “세계 최대의 핵 위험지대인 동북아에서 핵발전소를 줄여 궁극적으로 핵 없는 세계로 나아가려면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 시민 연대가 중요하고 특히 여성들이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코팅울 의원도 “독일에서 지금까지 원자력에 반대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여성들”이라며 “여성은 남성에 비해 위험을 훨씬 많이 경계하기 때문에 원전 같은 위험 요소에 더 비판적인 관점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미래 세대에 미칠 영향에 예민한 ‘여성감성’이 원전 반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녹색당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의 과반수가 여성이고, 녹색당 유권자의 상당수가 여성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편 평화회의에선 정경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정책위원장을 비롯해 일본, 러시아, 미국, 중국 전문가들의 국가별 보고가 이어졌다.

동북아여성평화회의에 참석한 여성들은 14일 6자회담국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참가국을 상대로 “우리는 핵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지지한다”며“서울핵안보정상회의가 핵물질 문제뿐 아니라 핵무기 제거에 초점을 맞출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핵 재앙이 보여준 위험을 인식하고 핵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다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핵발전소의 투명성과 안전 운영을 높이며, 핵발전소의 수출을 제한하고 재생에너지의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여성·평화·안보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 1325호를 이행하고, 이른 시일 안에 6자회담을 재개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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