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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여성부의 연중행사 중 하나인 여성의 날이 있는 달이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대표적인 ‘여성’의 이미지로 ‘미라발 세 자매’를 이야기할 수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악명 높은 독재자였던 라파엘 트루히요(Rafael Trujillo)의 치하에 있던 시절 도미니카공화국의 수도 산토도밍고는 ‘트루히요시티’로 불릴 만큼 독재자의 지배 아래 강압을 받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 모든 것을 가졌고, 갖기를 원했던 트루히요에게 처음으로 ‘거부’라는 것을 한 여성이 ‘미라발 자매’ 중 미네르바라이다. 그는 트루히요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했고, 이로 인해 그의 가족은 경제적·정신적·신변의 위협을 당했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어려움을 견뎠다. 트루히요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의 가족이 사회로 진출하는 것을 막았다.

괴롭힘을 당하던 가족은 결국 트루히요 정부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비밀결사를 조직해 민중을 이끌었다. 결국 비밀결사운동을 함께하던 세 자매의 남편들이 트루히요에게 붙잡혔고, 감옥에 수감된 남편들을 면회하고 돌아오는 길에 세 자매가 괴한들에게 살해 당했다고 한다. 이를 기리기 위해 11월 25일 여성폭력추방의 날이 제정되기도 했다.

미라발 자매가 생전에 살았던 지역은 살세도(Salcedo)라는 조용한 소도시이다. 이곳은 다른 이름으로 미라발자매시(Provincia hermana mirabal)로 불리기도 한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미라발 자매의 영향력은 크다. 그래서 살세도는 작고 조용한 소도시이지만 도미니카공화국의 정신적 지주로서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여성부에 파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역사와 여성부의 활동의 근간이 되는 인물들을 알아보면 이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살세도에 있는 미라발 자매 생가와 박물관을 방문했다. 외진 지역에 있다 보니 외국인은 거의 찾기 힘들고, 현지인 학생들이나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따금씩 있었다. 교통편이 많지 않아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살세도에 도착했지만 미라발 자매 박물관이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막상 찾아가려니 막막했다. 이렇게 막막하다 싶을 때 생긴 요령은 어디서든 그늘 아래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토콘초(대중 오토바이) 기사들에게 가고자 하는 곳을 이야기하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도움을 준다. 미라발 세 자매의 생가는 그녀들이 살해를 당하기 전까지 살았던 집과 가구들과 물건들을 잘 보존하고 있었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잘 다듬어진 정원 곳곳에는 나비 모양의 소품들이 장식돼 있었다. 이들은 살아서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웠고, 죽어서는 나비가 되어 이곳을 지키고 있다며 그들의 희생을 기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한다.

드디어 기나긴 트루히요의 독재가 끝났고,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민주화가 시작됐다. 그들은 억울한 죽음으로 삶을 마감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독재를 벗어날 수 있도록 움직일 힘을 주었고, 지금은 도미니카공화국 지폐에 이름과 얼굴이 새겨져 그들의 업적을 되새길 수 있게 됐으며 해마다 3월이 되면 자유와 평등의 이미지가 되어 도미니카공화국을 만들어가고 있다. 자유와 평등을 이루려는 도전과 모험이 미약해 보일지라도, 지금 당장 그것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라발 자매를 보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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