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보다는 ‘여성 연대’ 우선하는 ‘여성’을

2일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와 살림정치여성행동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좋은 비례대표’ 선출을 고민하는 토론회를 열고, 여성 비례대표의 기본 자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강력히 대두된 것은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의 지적대로 “여성계가 성평등, 여성인권 등 주요 어젠다가 비례대표 공천의 주요 잣대가 될 수 있도록 정치권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는 것.

17대 국회의원(민주노동당)을 역임한 최순영 살림정치여성행동 공동대표는 “원래 비례대표의 의미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역할을 하라는 건데, 현실의 정치권에선 각 당의 돈줄 역할을 하거나 언론의 주목을 끌기 위한 이벤트로 이용돼 왔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민영 99%국회점령프로젝트 집행책임자는 “문제는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를 늘리는 것이 정답이지만, 기존 비례대표 후보들이 정책 효능감을 주지 못해 국민의 호감을 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19대 총선에서 ‘확실한’ 비례대표 후보를 각 당이 선출하면 적절한 의원 정수에 대한 제도 개혁이 다음 총선에선 가능해질 것”이라 내다봤다.

이런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지난 18대 ‘비례’ 여성 의원들에 대한 불편한 진실도 토로됐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전진영 박사는 “15%도 채 안 되는 여성 의원의 비율은 늘어나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쯤에서 여성이 국회에 더 진출해야 하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 그동안 여성 의원들이 어떤 의정활동을 펼쳐왔는지 평가해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같은 여성이기에 가능한 경험 공유를 통해 여성 유권자를 대변하는 정책을 펼치고, ‘여성성’을 통해 남성이 지배해온 정치판의 한계를 치유하고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에 여성 의원들의 의미를 두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여성 의원들이 당을 초월해 여성을 위한 연대를 한 것은 호주제 정도가 유일하다”며 “냉정히 말하면 당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여성 의원이 늘어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민주통합당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 이정옥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지역구와 비례에서 어렵게 공천권을 따내 국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사후관리’ 책임은 일정 부분은 여성단체가 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신필균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는 “그동안 각 당이 총선 때마다 ‘지역’ 선거에 집중해 당별 정책 이미지를 내놓지 못했다”며 “이제는 새누리당의 무엇을 위해, 민주통합당의 무엇을 위해 유권자가 표를 행사해야 하는 지를 비례대표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일꾼을 표방하는 비례대표. 학위나 스펙에 집착하기보다는 각 분야에서 얼마나 전문성을 키워왔는지, 삶의 이력이 얼마나 정당한지 그리고 ‘성평등’이란 시대 키워드를 얼마나 잘 읽고 또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 안팎의 철저한 검증에 의해 ‘선택’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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