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조세현 “렌즈 앞에선 만인이 평등해요”
사진작가 조세현 “렌즈 앞에선 만인이 평등해요”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2.03.09 13:56
  • 수정 2012-03-09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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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입양아 사진작업 10년째…이주여성 가족, 노숙인 작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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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내가 제일 즐겨 쓰는 말은 ‘내 카메라 앞에선 누구나 다 똑같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든 고아든 내 렌즈를 통하면 다 같이 품위 있고 편안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을 찍을 때 그가 가진 장애를 최대한 부각시키지만 난 그 반대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사진만으론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혹자는 그래서 개성이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게 바로 내 개성이고 스타일이다. 빛나는 스타에게만 아름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해마다 스타와 입양 아동을 함께 찍는 ‘사랑의 사진전-천사들의 편지’를 여는 조세현(54·사진) 작가는 원래 상업사진과 스타 마케팅의 일인자로 꼽히는 대중 작가다. 그런 그가 지난 10여 년간 입양아, 장애인, 이주 여성 등 소외 ‘피사체’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그 스스로도 스타를 담아냈던 20여 년의 치열한 작업 후 찾아온 또 다른 진정한 작업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지난 연말에 이어 3월 초 부산에서 사랑의 전시회를 계속하는 한편, 이에 앞서 2월 중순부터 서울시 노숙인 자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사진 강좌를 시작한 그를 만나 작업 이면의 의미를 들어보았다.

스타들, 사진 촬영하며 주문 외듯 아기 행복 염원

시작은 신의 계시처럼 갑작스레, 그러나 거부하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2000년, 경북 고령에서 갈 곳 없는 이들을 보호하는 사회복지시설 들꽃마을을 운영하는 신부인 외삼촌이 “스타들 사진만 찍지 말고 여기 와서 이 사람들 사진 좀 찍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지금 생각하면 그 일이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것.

“시설 전체에 퍼져 있는 냄새, 식사와 잠자리 등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다른 환경이었는데, 한여름 모기한테 줄기차게 물어뜯기면서도 홀린 듯 사진을 찍었다. 그게 바로 스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작업이다. 작업은 행복했다. 이후 이상하게도 정상적으론 사진 촬영을 하기 힘든 자폐아나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의 수용시설에서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 연락들이 오기 시작했다. 당시엔 도대체 왜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하는 건지 몰랐지만, 무엇에 씐 듯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달려가곤 했다. 그 작업이 너무나 재미있었고, 내가 찍은 가족사진을 받아볼 가족들을 생각하면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어마어마한 돈을 받고 광고 촬영만 해왔는데…소외 계층에게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그리고 감동받았다.”

올 연말이면 10주년을 맞는 ‘사랑의 사진전’ 작업 역시 우연히 시작됐다. 2003년 8월 대한사회복지회의 한 사회복지사가 이메일을 통해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의 백일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해왔고, 그는 바로 오케이를 했다. 이렇게 해서 그해 말 사랑의 사진전이 시작됐다.

“초기가 어렵다. 스타들과의 친분으로 내가 직접 섭외하긴 했지만, 처음엔 썩 내켜 하지 않았다. 자기들을 이용하는 것 같다는 불편함이 왜 없었겠는가. 이걸 극복하게 해준 것이 바로 서로 간 신뢰였고, 전시회 이후 사진에 나온 아기들의 입양률이 90%에 이를 정도의 좋은 결과였다(그는 이 공로로 지난해 5월 11일 입양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제는 인기도 자꾸 변하는 거니까, 당대 최고의 스타를 섭외하게 되고, 그들 역시 이 작업을 하고 싶어 한다. 2010년엔 장근석, 빅뱅, 이승기, 이병헌이, 지난해엔 2NE1, 비스트, 이서진, 닉쿤 등이 참여했는데, 세월이 쌓이다 보니 최고의 스타라면 꼭 함께 하고 싶은 작업이 됐다.”

그는 처음엔 막연하게만 알고 별 준비 없이 사진 촬영에 임하던 스타들이 자신과 함께 피사체인 아기의 장래를 위해 간절히 염원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큰 보람으로 꼽는다. 실제로 스타들의 사진 촬영 후 소감을 보면 유난히 “기도” “응원” “좋은 부모” “소중한 사람” 등의 표현이 많이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사진 촬영의 취지를 막연히 알고만 온 스타들의 촬영 현장에서 변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 자신이 안고 있는 아기가 입양이 안 돼 가정을 찾지 못할 경우 시설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한다는 극단적 현실을 체감하면서 작업 내내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주문을 외듯 정성을 다해 촬영에 임한다. 특히 요즘처럼 K팝 스타의 위력이 대단한 때, 이들의 인식 변화는 대중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해마다 스타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졸리-피트 커플처럼 입양을 열심히 하는 스타 가족이 늘어날 것 같다는 행복한 예감을 하곤 한다. 일전에 이금희 아나운서가 내 작업이 스타들이 사회에 봉사할 기회를 찾아주는 일종의 브리지(bridge) 역할을 한다고 규정한 적이 있는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카메라가 비싸다고 고소영이 더 예쁘게 나오나

 

그는 자신의 사진에 등장했던 입양아들의 몇 년 후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국내뿐 아니라 미국으로도 찾아가곤 한다. 대단한 열정이 아닐 수 없다.

“4년 전쯤인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입양 가정을 찾아갔다. 이미 다섯 살이 된 아이가 의족을 하고 신나게 축구를 하다 집에 와선 거리낌 없이 의족을 풀고 불구의 몸을 드러내며 풀장에 뛰어들어 가족과 신나게 수영을 하는 게 아닌가. 양부모가 돈과 의학이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아이에게 퍼부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 아이가 입양이 안 됐다면 도대체 미래가 어찌 됐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가족 사랑이 아이에겐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늘 절감한다. 내 작업을 통해 한 명이라도 더 가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절실한 목표다.”

아이에게 공기처럼 필요한 사랑, 당연한 말이지만 수시로 렌즈로 세상을 포착하는 그에겐 거의 본능 같은 말이다. 그가 작업 때문에 과천 서울랜드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의 차 바로 옆에 으리으리한 벤츠가 멈췄고, 거기서 초등생 정도의 아이가 부모와 함께 내렸다. 몇 시간 후 그는 사무실에서 그 아이와 다시 마주쳤는데, 당시 부모를 잃어버려 눈물과 콧물 범벅이었다. 부모가 없어지는 바로 그 순간 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초라하고 불쌍한 존재로 전락하는 것을 그는 눈으로 읽었다. 그래서 자신의 작업에 스스로 책임감을 부여하려고 ‘가족의 사랑’을 주문처럼 외우고 다닌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 팸플릿 서문에도 “언젠가는 천사가 사라진 텅 빈 사진 전시장을 나 홀로 서 있을 행복한 그 날을 꿈꾼다”는 염원을 담았다.

한편으론, 아이의 입양보다 더 우선돼야 하는 것이 싱글맘이 아이를 키울 수 있게 해주는 사회환경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5년 전부터 양육모 가정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고, 이들 역시 소수지만 전시회에서 공개됐다. 국가인권위 자문위원으로 퇴학 위기에 처한 임신 여고생을 결국 복학시키는 데 일조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그는 “당시 참 황당했던 것이 퇴학 결정의 결정적 계기가 여고생과 밀접한 학교 관계자나 친구들이 아니라 바로 학부모들이었다”고 말하며 우리 사회의 후진적 인식을 꼬집었다.

미국에서 영화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큰딸과 영국의 한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 중인 작은딸을 둔 그는 “당연히 팔이 안으로 굽듯 여성문제에 많은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1999년 여성재단 창립 직후부터 (아직까지도 재단에서 사용 중인) 홍보물 사진을 찍고, 회지 표지를 담당하는 등 재능 기부를 해왔다. 특히 4년 전부터는 여성재단에서 운영 중인 이주 여성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사진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이주 여성 사진전도 열 계획이다.

“내 작업은 피사체의 영혼을 카피하는 것”

“그들의 모국 방문에 동행하기도 하고 집을 방문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친해졌는데, 일전엔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 사는 이주 여성의 집을 찾아간 적도 있다. 내가 이 작업에 의미를 두는 것은 사진작가 조세현의 시각으로 우리 국민에게 현재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로 사진 촬영이 가능한 시대, 위기를 느끼고 있지 않으냐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는 “기기 특성은 다 같다. 하드웨어는 이차적 얘기”라고 잘라 말한다.

“휴대전화는 물론 기계는 어떤 거든 다 쓰는 편이다. 오늘도 인터넷에서 중고 필름 카메라를 12만원 주고 구입했다. 한번 시도해보려고. 카메라는, 간단히 말하면, 렌즈에서 오는 빛을 저장하는 장치인데, 비싸고 좋은 카메라로 찍는다고 고소영이 예쁘게 나오고, 싼 카메라로 찍는다고 달라지겠는가. 중간에 렌즈가 끼어든 것뿐이지, 고소영과 나와의 대화가 중요한 것이다. 카메라를 어떤 마음으로 잡는지가 중요한 거지 화질은 어떤 면에선 중요하지 않다. 화질이 나쁘다고 그 사진이 주는 감동을 막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요즘 학생들은 자꾸 기계에 중독되니….”

그와 인터뷰를 하기 전부터 카메라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올 당시 “혼을 빼앗는 기계”라며 사람들이 두려워했다는 해프닝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와 얘기를 나눌수록 이 막연함은 점점 실체를 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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