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다큐 전성시대
착한 다큐 전성시대
  • 김남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2.03.02 11:17
  • 수정 2012-03-02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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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감동으로 세상을 품다

 

영화 ‘달팽이의 별’은 장애를 가졌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삶을 살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 ‘달팽이의 별’은 장애를 가졌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삶을 살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제2의 ‘워낭소리’를 꿈꾸는 다양한 소재의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초봄 극장가에 풍성하다. 화려한 스타는 없지만 진실한 감동으로 승부를 거는 ‘착한 다큐’들이다.

정해진 대사나 시나리오도 없다. 카메라의 워킹은 거칠고, 앵글은 안정적이지 않다. 그저 우리 주변 삶의 한 구석을 그대로 필름에 담아낼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우리를 웃고 울게 하기에 충분하다.

“여성 노동은 배에서 시작”…‘레드마리아’



영화는 여성의 ‘배’에서 시작한다. 카메라는 한국에서 일본, 필리핀의 국경을 넘나들며 수많은 여성들이 평소 옷자락 속에 은밀하게 감춰두었던 ‘배’들로 바삐 옮아간다. 여성주의 감독 경순의 ‘레드마리아’다.

비정규직 노동자로 부당 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여성들, 성노동자 권리를 위해 당당히 외치는 여성들, 외국으로 결혼 이주한 여성들, 전시에 외국 군인들에게 강제로 겁탈을 당한 여성들, 친환경 생리대를 만드는 것만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여성 노숙인들까지. 제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다양한 여성들이 영화 속에서 저마다의 상처와 희망을 이야기 한다.

“여성의 노동은 배에서 시작된다. 생리, 섹스, 임신, 출산 모두가 그렇다”는 내레이션처럼, 글로벌 자본주의 하에서의 여성의 노동을 ‘배’라는 지점에서 연결 짓는 경순 감독의 시선이 신선하다.

그러나 영화는 어떠한 윤리적 판단의 잣대도 들이대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성과 노동의 관점에서 ‘열심히 일한다’는 것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는 준엄한 질문을 던진다. 자아실현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을 강요하는 현실에 의문을 품고,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통념에도 메스를 댄다. 4월 중 개봉 예정.

고 정기용 건축가 마지막 여정 담은…‘말하는 건축가’

영화 ‘말하는 건축가’는 항암치료로 인한 성대결절에도 한국 건축 문제를 지적하고 인간과 자연과 건축의 조화로운 삶을 꿈꿨던 건축가 정기용의 생전 모습을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여성 연출가 정재은 감독의 작품이다.

“산다는 게 뭔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가족·친구·건축·도시는 무언지. 근본적 문제를 다시 곱씹고 생각하는 거야. 초롱초롱 맑은 눈빛으로 죽음과 마주하는 인간이고 싶어.”

정기용 선생이 생전에 남긴 말이다. 다가오는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은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국내 최초의 건축 다큐멘터리이기도 한 이 작품은 정부 주도의 관료주의적 국토 개발과 도시 건설, 거주와 삶이 아니라 투기와 재테크의 수단이 된 아파트의 난립, 공권력과 도시 하층민의 대립 등의 이슈로 일그러진 건축의 위상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8일 개봉.

손끝으로 꿈꾸는 세상… ‘달팽이의 별’

“태어나서 한 번도 별을 본 적이 없지만/ 한 번도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눈을 감고 담담히 자작시를 읽고 있는 한 남자와 그 옆에 서서 남자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여자가 화면에 등장한다. 달팽이처럼 오직 손가락 끝으로 세상을 보고 듣는 시청각 중복장애인 영찬씨와 척추장애로 남들보다 작은 몸집을 갖고 있는 아내 순호씨다.  

시청각을 잃은 대신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와 공원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의 감촉에도 감동하는 섬세한 감동을 소유한 영찬씨와 늘 그의 곁에서 그와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 되어주는 아내 순호씨의 모습이 아름답다.

영화는 제작 전부터 기획과 작품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일본 NHK, 핀란드 공영방송 YLE와의 공동제작은 물론 미국의 선댄스다큐멘터리 펀드와 시네리치의 제작 지원을 받고, 아시안사이드오브더독, 유로독 공식 프로젝트로 선정돼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11월에는 ‘다큐멘터리의 칸 영화제’로 불리는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공히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한국 영화 최초로 배리어프리(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해 자막과 음성을 따로 넣어 만든 영화)로도 동시에 개봉할 예정이다.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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