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의료보험화’ ‘직장 성희롱 산재 인정’
여성의 눈으로 본 170여 복지정책 과제 담아

크리스마스 시즌, 핀란드로 여행을 간 친구는 거리의 노숙인들을 보며 생각했다. ‘복지 선진국에도 거지는 있구나.’ 그런데 드문드문 보이던 노숙인들이 이상하게 크리스마스 날에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카페 점원에게 물어보니 정부에서 고향에 다녀올 수 있도록 왕복 비행기 티켓을 줘서 다들 고향에 갔을 거란다.

놀랐다. 서울역이 집인 노숙인들을 한겨울에 거리로 추방해버린 나라에 사는 내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는 이 일이 인권단체의 요구안도 아닌 정부의 정책이라니…. 더 인상적인 것은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담담한 점원의 태도였다. 공동체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게 당연하다는 연대의식, 이것이 헬싱키 어느 카페에서 일하는 평범한 30대 여성이 생각하는 인간적인 삶의 모습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한국 사회의 공기는 우리도 복지국가 한번 해보자는 뜨거운 호흡으로 가득하다. 이 새로운 시도는 ‘다 그렇게 사니까 별 수 없지’라는 체념 속에서 개인적으로 감내해왔던, 괴롭지만 내 탓이라 여기고 말았던 삶의 문제를 공동체 과제로 재발견하고, 우리가 지향할 인간적인 삶을 다시 상상하는 과정이다.

그러니 지금,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정치적이면서도 가장 개인적인 것으로 취급되곤 하는 문제, 바로 성별을 둘러싼 불평등을 공동체의 과제로 재발견하는 일이다. 그리고 여성의 눈으로 새로운 삶의 지평을 조망하는 일이다.   

한국여성민우회가 만든 ‘2012 성평등 복지국가 전략보고서’는 이런 문제의식으로 발굴한 170여 개의 정책과제를 담은 보고서다. ‘전업주부 배제하는 1가구 1연금제를 1인 1연금제로’ ‘직장 내 성희롱도 산업재해로 인정’ ‘낙태 의료보험화’ ‘아동 연령이 아닌 양육자 상황을 기준으로 표준 보육비용과 기준 보육시간 재설정’ ‘요양장기보험 내실화와 노인복지서비스 다양화로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만들기’ ‘지자체별 1개 이상 비혼 여성 공동체 주택 지원 시범 사업’ 등….

이 정책들은 개인적인 일로 체념되곤 했던 일, 그러니까 밥 벌어 먹고 사는 게 제일 큰일인 이 사회에서 여성들의 일자리만 유독 더 불안정한 이유, 남성들은 그저 가장일 뿐 가족 내에서 점점 감정적으로 무능력해지는 이유, 아이를 기르고 병자를 돌보고 노인과 함께 사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유, 가족에 대한 신화와 가족의 현실이 동시에 우리를 숨 막히게 하는 이유에 대한 공동체적인 대답이다(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 www.womenlink.or.kr 보고서 원문 참고). 

이 같은 복지정책이 현실이 된 어느 날, 오전 7시 회의가 어떠냐는 외국 거래처의 질문에 한 남성 회사원이 이렇게 대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조찬회의는 하지 않는데요.” “왜요?” “그 시간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시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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