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여성도 사람인데…” 반말로 폭언 예사
“불쌍하다”며 동정도…인종차별금지법 제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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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서울시내 한 다문화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중국인 이주여성 A(40)씨는 입사 2년이 지났지만 은행 업무를 본 일이 없다. 직장상사가 A씨에게 결제 도장을 맡긴 적이 없어서다. 그런데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제 막 입사한 한국인에게 상사가 도장을 주더니 은행일을 시킨 것이다. A씨는 “기분이 너무 나빴다. 다문화 사업을 하는 복지관인데도 이런 분위기니…”라며 혀를 찼다.

2006년 한국에 온 베트남 이주 여성 안은경(34·본명 호 티 뚜안)씨는 “동남아인도 사람인데 무시하는 태도는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에 과일 사러 갔더니 50대 주인 아주머니가 반말로 ‘안 팔아, 그냥 가’ 하더라. 그런데 얼마 후 미국인 소년이 그 가게에서 과일 사들고 나오더라. 법원과 식당에 갔을 때도 아무렇지 않게 반말해 속이 상했다. 통역하러 갔는데 법원의 40대 여성 공무원은 ‘잘 살고 있어?’라고 계속 반말 하더라.”

다문화 사회가 된 지 20년이 넘었으나 결혼이주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과 편견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거리에서, 일터에서, 관공서에서 이웃이 된 이방인이 당하는 무시와 불이익은 여전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베트남,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주 여성 819명을 대상으로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51.1%가 ‘식당이나 가게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불친절한 대우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 무시당했다’는 답변은 42.5%에 달했다. 또 38.4%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또는 거리를 걸을 때 조롱을 받거나 무시당했다’고 답했고, ‘식당이나 가게에서 무작정 반말을 하거나 이유 없이 폭언을 했다’는 비율은 32.5%,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이유 없이 의심을 받았다’는 응답은 30.7%나 됐다. 특히 이주 여성 중 소수인 캄보디아 여성들이 지역사회에서 인권침해를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 결과 상점에선 “비싼 물건이다. 건들지 마라”고 하거나 바가지를 씌우고, 버스나 지하철을 탔을 때 한국말을 다 알아듣는데 빤히 쳐다보며 “쟤네 얼마주고 왔을까”라고 말해 모욕감을 느낀 여성들이 많았다. 심지어 피해자인데 경찰이나 담당 공무원이 가해자로 몰거나 공공기관에서 부당하게 검문검색을 당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특히 동남아 여성들은 “결혼 못 하는 한국 남성이 불쌍한 여성을 돈 주고 사왔다”는 인식 탓으로 이중적인 차별을 겪고 있다.

중국 한족 출신의 이주 여성 B씨(46·서울 노원구)는 “생후 4개월 된 아들에게 서툰 한국말로 얘기하는 모습을 본 동네 아주머니가 거리에서 쫓아온 경험이 있다. ‘왜 한국 왔어? 한국 좋아?’라고 반말 하는데 황당했다”며 “가난한 나라의 난민 대하듯 하더라”고 했다. 여성가족부 공무원인 몽골 출신 정수림(37·본명 자담바 르크하마수렌)씨는 “외국인인 내가 말하면 ‘진짜요?’ ‘아닐걸’ 하며 일단 의심하고 확인하는 습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주 여성들은 2세들이 겪는 차별에 대해 걱정과 근심이 많았다.

지난해 부산의 목욕탕 업주를 상대로 “인종 때문에 이용에 차별을 당했다”며 진정을 내 ‘평등권 침해’ 결정을 받은 구수진(31·부산 초량동)씨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귀화 여성이다.

구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외아들이 편견을 겪으며 살아갈 일이 늘 걱정스럽다. 구씨는 “아이 때문에 학교 가야 하는 게 솔직히 가기 싫다”며 “엄마가 외국인인 게 소문이 나면 아들이 피해 입을 것 같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친구들이 놀린다며 엄마에게 학교 오지 말라더라”고 말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강성의 울타리상담소장은 “이주 여성들에게 대한 모욕적인 언사가 인권침해임을 잘 모르는 한국인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이철승 대표는 “결혼이주 여성은 늘 보는 이웃에게선 직접적인 배척을 당하는 데 반해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로부턴 은근한 차별인 동정을 받는다. 국제결혼중매업체의 영리 행태가 부정적인 데다 한국 사회의 가부장 시선이 겹쳤기 때문”이라며 “시장 좌판에 노점을 차려놓은 할머니로부터 불쌍하다고 동정하는 말을 듣거나 관공서 출입 시 남편과 동행하지 않으면 업무 처리를 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시민 교육과 함께 인종차별 금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한국인들의 뿌리 깊은 혈통 민족주의가 저개발국가에서 온 이주민을 차별하는 시선과 결합해 인종차별로 드러난다”며 “성매매 특별법으로 성구매가 범죄 행위라는 인식이 퍼진 것처럼 인종차별 금지법이 만들어지면 차별적인 정서가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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