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중독 80%가 여성, 본인은 깨닫지 못해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던 이은희(가명·30)씨는 시험 날짜가 가까워올수록 수험 스트레스에 힘들었다. 갑갑하고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 쇼핑을 한 이씨는 스트레스가 풀리고 공부도 잘 되는 것 같았다. 원래 쇼핑을 좋아하는 그는 온라인 쇼핑으로 옷과 인테리어 용품들을 사 모았다. 그러나 점점 더 자주, 많이 사야만 안정이 찾아왔다. 구매한 물건은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 친구에게 주었다. 남편의 카드로 쇼핑을 하던 이씨는 결국 부부관계에 위기를 맞았다.

 

홈쇼핑, 인터넷 쇼핑, 소셜커머스 쇼핑 등 쇼핑의 경로가 다양해지며 쇼핑중독의 유혹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홈쇼핑, 인터넷 쇼핑, 소셜커머스 쇼핑 등 쇼핑의 경로가 다양해지며 쇼핑중독의 유혹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그래픽=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쇼핑을 통제하지 못하는 ‘쇼핑중독’이 여성들을 위협하고 있다. 쇼핑중독은 단순 과소비가 아닌 쇼핑에 마약처럼 중독돼 버리는 증상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물건을 사는 것이 버릇이 되며 자신이 물건을 싸게 산다고 생각하다가 거침없이 구매를 하게 된다. 점차 구매 행위에 중독되면 물건을 사용하기 위해 구매하지 않고 구매 행위 자체를 즐기게 된다. 서울중독심리연구소를 찾은 한 쇼핑중독자는 친정에 물건을 사서 쌓아두는 창고가 있는 등 주변의 꾸지람을 피해 물건을 숨기기도 한다. 김수인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쇼핑중독은 경제 상태와는 무관하게 정도를 지나쳐 쇼핑을 하느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라며 “물건을 사고 싶은 욕구가 높아져 안 사면 불안하고 못 견디는 충동조절장애”라고 설명했다. 쇼핑중독 자체가 질병이기도 하지만 조울증 중 조증기에 의욕이 많아져 돈을 많이 쓰며 부수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산후우울증을 겪으며 우울증 해소 수단으로 육아용품을 사 모으다 쇼핑중독에 빠지는 사례도 있다.   

최근 쇼핑의 경로가 다양화되면서 쇼핑중독의 유혹은 더욱 강해졌다. 기존의 오프라인 쇼핑에 그치지 않고 홈쇼핑, 인터넷 쇼핑, 소셜커머스 쇼핑 등 날로 다양해지고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의 영향만 살펴봐도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의 2010년 인터넷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으로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겼는지에 대한 질문에 ‘내성이 생겼다’는 응답은 전체의 7.9%, ‘금단현상이 있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1.5%였다. 기존에 문제가 많았던 홈쇼핑에 대해 김충렬 한일장신대 교수(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는 “홈쇼핑은 쇼 호스트들이 심리전을 한다. 당첨처럼 보이게 해 소비자에게 드디어 샀다는 심리를 작용시키는 게 홈쇼핑이다. 홈쇼핑은 물건을 못 사면 큰일 난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당첨으로 인해 쇼핑을 유도하는 장치는 소셜커머스 쇼핑에서도 마찬가지다. 시간과 수량을 정해놓고 소비자를 끌어 모으는 소셜 쇼핑은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쇼핑에 중독돼 위험한 상태에서 쇼핑을 만류할 기제들이 점차 적어져 정도가 심각해지는 것.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어디서든 다양한 쇼핑에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쇼핑중독의 위험성을 높여가고 있다.

쇼핑중독은 가정파탄과 재정파탄으로 이어지며, 심하면 자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쇼핑중독임을 깨닫고 다짐하지만 충동조절을 하지 못해 자괴감에 빠져 자살을 하기도 한다. 김형근 서울중독심리연구소장은 “쇼핑중독증은 내면의 공허함을 쇼핑으로 채우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한다”며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거나 배우자에 대한 분노가 쌓인 것이 쇼핑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쇼핑중독의 가장 무서운 점은 자신이 쇼핑중독임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중독의 특성상 자신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정당화하기도 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쇼핑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대인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끼는 사람을 고립시키지 말고 감정을 표현하고 건강하게 대화하는 것이 중독을 예방하는 것이다. 김충렬 교수는 “쇼핑 중독자들은 물건을 많이 구입하면서 자신의 상태가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속고 있는 것”이라며 “마음은 마음으로만 채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