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낙태권은 미국 정치계에서 항상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2010년 건보개혁안 통과 시에도 마지막까지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이었고,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미국 여성계는 낙태권을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규정하고 이번 선거를 통해 낙태권을 쟁취하기 위한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낙태 시술 건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으나 안전하지 않은 낙태 시술 비율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란셋’(The Lancet)이 최근 발표한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낙태 시술 건수는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이후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1995년 여성 1000명당 35명(15~44세 기준)이었던 낙태 시술 건수는 2008년 여성 1000명당 28명으로 감소했다. 반면에 안전하지 않은 낙태 시술(unsafe abortion)의 비율은 1995년 44%에서 2008년 49%로 오히려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안전하지 않은 낙태란 병원, 조산소 등 정식 분만 시설이 아닌 곳에서 자격을 갖춘 의료진의 감독 없이 이뤄지는 낙태 시술을 의미하며, 산모 사망의 가장 큰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 같은 낙태 시술은 특히 개발도상국에 집중돼 있다. 아프리카에서 이뤄지는 낙태 시술의 97%, 라틴아메리카의 94%가 안전하지 않은 낙태인 반면, 아시아는 40%, 유럽은 9%로 안전하지 않은 낙태 비율이 현저히 낮다. 보고서는 “낙태에 대한 법률이 엄격한 국가에서 낙태 시술 건수가 거의 감소하지 않았고 안전하지 않은 낙태 비율도 높다”고 분석했다.

페미니스트 뉴스 블로그 ‘미즈 블로그’는 “이와 같은 수치는 낙태를 범죄화하는 법률이 낙태를 없애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여성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1990년대 이후 안전한 낙태 시술을 위한 의학 기술의 발전이 정체됐으며 이는 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공공 보건 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미즈 블로그는 “가족계획은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수많은 여성의 생명을 구할 수 있으며, 낙태가 불법이든 합법이든 여성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여성들은 낙태가 가능한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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