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정명훈

공연 당일인 21일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김선욱 그리고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의 관계자들은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정명훈(59)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RCO와는 언제 처음 연주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 호흡을 맞춰왔다”며 “RCO의 소리는 갈수록 깊어지는 느낌이다. 모든 기술적인 면이 뛰어나지만 거기에 더 특별한 점은 소리의 균형감각과 조화가 뛰어나다는 점”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오케스트라 단원은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 것보다 자신이 작곡가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더 유념해야 하는데 RCO 단원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더욱 소리가 따뜻하고 점잖은 매력을 갖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로 베르나르트 하이팅크(83) 등 거장 반열에 오른 다수의 아티스트를 배출한 명문이다. 부드러운 현악 파트와 황금빛의 관악, 목관의 뛰어난 음색이 조화를 이루는 연주로 세계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000장이 넘는 음반과 DVD를 출시했다.

협연자는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35)과 피아니스트 김선욱(25)이다. 얀센은 섬세함과 화려함의 극치인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김선욱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재닌 얀센은 데카에서 일곱 개의 음반을 발매하며 탄탄한 기량을 인정받았다. 더불어 뛰어난 외모와 화려한 패션감각으로 대중적인 관심도 크게 받고 있으며 ‘다운로드 퀸’이라는 별칭을 가졌을 정도로 음원의 파급력도 크다. 당초 기자간담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던 그는 컨디션의 이유로 불참했다. 그는 관계자를 통해 “더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함이니 이해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김선욱은 국내외에서 다양한 연주활동을 왕성히 펼치고 있는 클래식 스타다. 그는 RCO에 대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 피아노 연주와 같은 방향으로 따라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RCO는 피아노가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면 오케스트라가 그 반대쪽으로 가서 전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피아노가 독주할 때는 귀신 같이 볼륨을 줄여 서포트하고, 오케스트라가 노래해야 할 때는 각각의 연주자가 어느 솔리스트 못지않은 기량을 발휘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베토벤은 워낙 좋아하는 작곡가로, 이번 공연을 위해 가장 많이 연주해왔고 자신 있는 협주곡 3번을 선정했다”고 전했다.

기자간담회 참석자들은 콘서트홀의 중요성에 대해 입을 모아 강조했다. 예술감독 조엘은 RCO가 뛰어난 오케스트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세계에서 손꼽히는 훌륭한 콘서트홀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다른 오케스트라에 120명의 록 스타가 있다면 우리 오케스트라는 실내악 앙상블처럼 서로가 서로의 소리를 긴밀히 들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전했다.

김선욱도 “암스테르담에서 연습할 때, 리허설을 할 때도 콘서트홀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며 “객석 쪽으로는 커튼이 쳐져 있었는데, 그 덕에 무대 위에서 다른 악기들의 소리가 더 잘 들리더라. 많은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정명훈 감독은 “서울시향에 협연자들이 오면 ‘미안합니다’ 소리가 제일 처음 나온다. 형편  없는 연습실에서 연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으며 “우리 국민과 정치인들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원하고 있고, 서울시향도 꾸준히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에 걸맞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아쉽다. 제대로 된 콘서트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