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주부에게는 전업주부들이 정보도 가르쳐 주지 않고 심지어는 아이들도 따돌린다는 얘기들을 한다. 맞벌이 하느라 얼마나 힘든데 그러냐고 전업주부들에게 서운하고, 전업주부들은 돈 좀 번다고 안하무인처럼 구는 직업 가진 주부들이 얄밉다. 이런 갈등 상황은 명절이 되어 함께 시댁에 모일 때나 학부모 봉사 때 주로 불거진다. 직장에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댁에 더 일찍 가야 하고, 학교 급식이나 청소 등의 일을 맞벌이 주부 대신 전업주부가 도맡아야 한다면 짜증이 날 수도 있다.

그 반대로, 안팎으로 힘든 노동에 시달린다고 생각하는 맞벌이 주부의 경우엔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쇼핑을 다니고, 점심을 사먹는 데 하루를 보내는 것 같이 보이는 전업주부들이 그 정도의 양보도 못 해주는지 서운하다고 할 수도 있다. 

얼핏 보면 속 좁은 여성들이 편을 갈라 싸우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발짝만 더 들어가 보면, 서로에게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어쩌면 양쪽 다 주류 사회에 속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노동을 정당하게 인정받고 있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이 아닐까. 과거 가장인 남성들은 야근을 하거나 술자리에 가도 당당했고, 집에 들어오면 편히 쉴 수 있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생각했다. 반면에 맞벌이 주부들은 회사에서도 집안에서도 눈치를 보며 생활하지 않으면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몰라 눈치를 볼 때가 많았다. 그러나 살림과 육아가 힘들다고 직장을 그만두면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여러 불평등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일을 계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업주부 역시 자신이 교육받은 내용과 상관없는 가사노동을 하다 다시 사회에 진입하고 싶어도 길이 막혀 있으니 답답하다. 선천적으로 여자들 속이 좁아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남의 입장이 부러워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조금씩 세상이 바뀌어 나름대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고는 있다. 전업주부들도 과거와는 달리 보다 당당하게 집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속사정을 보면 여전히 여성들의 인생과 관계는 불안한 면이 많다. 오랫동안 주변의 평가와 기대에 맞추어진 삶을 사는 데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더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 질투하고 견제하고 살아야 한다면 서글픈 일이다. 문제는 누가 일을 더 많이 하느냐, 누가 더 대우를 받느냐가 아니다. 육아, 가사일, 학교봉사 같은 것은 하급의 일이고 회사에 나와 하는 일은 고급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왜 여성들이 그동안엔 당연하게 생각하던 노동을 그렇게 싫어하게 됐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학부모 사회에서 따돌림 당하는 맞벌이 주부들, 소외감을 느끼는 전업주부들의 상한 감정에 대한 심리적 접근도 중요하다. 그러나 육아를 개인적인 여성 영역으로 생각하는 의식이 여성 노동력을 요구하는 탈산업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생긴 구조적 현상이란 점도 함께 봐야 하지 않을까. 육아와 교육, 가사노동의 영역에서 주부들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우 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회라면 맞벌이 주부와 전업주부들이 서로 질투를 할 리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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