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하고 아이 맡길 안전한 곳 필요하다
안심하고 아이 맡길 안전한 곳 필요하다
  • 진미석 /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12.02.24 10:44
  • 수정 2012-02-24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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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딸아이를 낳고 7년 만에 둘째로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또 몇 년 있다가 셋째를 가지게 되었다. 내 형제들, 친구들은 모두 의아해했다. 왜? 아들도 있고, 딸도 있는데. 게다가 직장일 하면서 시간도 없으면서, 그렇다고 풍족하게 많은 아이들을 돌볼 만큼 경제적인 여유도 없는데 또 왜 낳느냐는 것이었다. 내 대답은 ‘그냥 생겼고 예쁘니까’였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힘이 들었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이 아이 셋을 낳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자라면서 부모가 해줄 수 없는 일, 학원이 해줄 수 없는 학습을 서로를 통해 해 나가고, 서로 의지하고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엄마아빠가 바빠서 잘 못 돌보니, 오히려 우애와 연대가 강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번은 늦게 퇴근을 하고 집에 갔더니 초등학생이던 둘째가 따지기 시작했다. 엄마가 준비물을 제대로 안 챙겨줘서 늘 혼이 난다는 것이었다. 듣고 있던 첫째가 “엄마는 준비물 같은 것 준비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기대하지 말고 너 스스로 챙겨서 문방구 가서 사갈 것 사가고, 만들 건 만들어 가야 한다. 그걸 못 하면, 그냥 학교 가서 혼나고 맞으면 되고”라고 교통정리를 해 주었다.

듣고 있던 나는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다. 이렇게 직장 갖고 있는 엄마 밑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다. 누나는 동생들을 챙기고, 둘째는 셋째를 챙기며 커 나갔다. 외동아이들에 비해 부모 사랑도, 부모 관심도, 경제적 지원도 다 나누어 가져야 하지만, 아이들은 형제들과 자라면서 관계 맺음과 배려하는 법, 그리고 정서적인 지원을 스스로 만들어가며 키워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조카아이들이 결혼하고 직장 다니면서 아이 낳고 하는 것을 지켜보면, 차마 하나 더 낳으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너무 힘들어 하는데, 내가 옆에서 뭘 조금이라도 도와줄 형편도 못 되기 때문에, 빈말로 하기에는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나도 애들 키울 때, 아슬아슬하게 일과 가정의 외줄타기를 해 왔고 시어머님께 맡기기, 어린이집, 도우미 아줌마 안 해 본 것 없었다. 그런데 지금 젊은 엄마들은 더 힘든 것 같다. 아마도, 그땐 육아에 대한 정보도 그렇게 많지 않았고, ‘그냥 잘 먹여주고 안전하게 데리고 있어주면 된다’고 육아에 대한 기대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다는 점과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더 강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급하면 옆집 아줌마한테도 맡기기 일쑤였다. 지금은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가 너무 많고, 기대 수준이 더 높고, 아이들 맡기는 곳에서 너무 무서운 일들이 보도되기 때문에 쉽게 믿고 맡기기가 어려워진 것 같다.

그래서 젊고 유능한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따뜻하고 안전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많이 만들어줘야 하는 과제는 국가를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그곳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의 처우가 획기적으로 좋아져야 할 것이다. 젊은 엄마, 그리고 그 젊은 엄마의 엄마들, 모두 할 것 없이 정부에 대하여 이 요구를 강하게 해야 한다. 덧붙여 젊은 엄마들은 형제간의 동지의식과 협력의 경험이 아이가 살아가는 데 대학 졸업장보다도 더 중요한 자산임을 생각해 조금 더 무리하는 방향을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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