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명의 사망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당시 희망퇴직했던 민모(49)씨가 지난 13일 오후 9시쯤 당뇨 합병증으로 사망했습니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21번째 해고 노동자(가족 포함) 사망자입니다. 민씨는 정리해고 대상자로 분류돼 퇴직한 후 일을 거의 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술을 자주 마셨다고 합니다. 언론에서 거의 주목을 하지 않아 둗혀 버리다시피 했지만, 2월 15일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항의투쟁 1,00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2646명이라는 대규모 노동자들이 해고된 지 2년9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아직 단 한 명도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21번째 해고노동자 사망 그리고 언론의 무관심 문제는 쌍용차 대량해고의 후유증이 지금도 진행형이라는 점입니다. 1000일 동안 12명 자살하고 9명 사망했고, 극심한 파업을 겪은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인간의 의지로 감당할 수 없는 충격적인 경험을 당했을 경우 이 기억이 계속 남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질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지난 2009년 쌍용차 조합원 건강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10명 중 7명꼴로 중증 이상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도 우울증이 10명 중 5명에 달했을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데 이들을 위한 건강검진이나 사회적 관심지수는 거의 ‘0’에 가깝습니다. 건강조사나 연구가 매우 부실하다는 얘기입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2009년 조사를 실시한 게 거의 유일할 정도입니다. 문제는 복직이 해결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겁니다. 쌍용차 노사는 2009년 8월 2교대 생산물량이 확보되는 즉시 무급휴직자를 시작으로 영업점 전직자, 희망퇴직자 순으로 복직을 실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장으로 돌아간 무급휴직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사측은 ‘공장의 가동이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하지만 회사 사정은 그 사이 꽤 좋아졌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입니다. 해고 당시인 2009년 쌍용차는 3만5000대를 생산했는데 지난해엔 11만3000대로 회복됐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연간 16만 대 생산으로 2교대 근무가 이뤄질 2014년에나 복직이 가능할 걸로 보고 있습니다. 2014년에 복직? 더 많은 해고노동자가 희생될 수 있다 2014년이면 아직도 많은 기간이 남았다는 얘긴데 해고자들을 위해 차선책이라도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낙인효과’ 때문입니다. 쌍용차 출신이라는 ‘낙인’이 워낙 강해서 일자리를 가질 수 없도록 이미 사회적으로 매장이 돼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다른 일자리를 찾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사측이 희망퇴직자들을 대상으로 개별적으로 부품협력업체나 일선 영업점에 취업알선을 해주고 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대기업에서 추락했다는 무기력증과 사회적으로 봉쇄됐다는 생각 등이 겹치면서 해고노동자들에게 이중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앞으로 희생자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2009년 노사 대타협을 통해 1년 뒤 복직을 약속받은 무급휴직자 457명을 하루빨리 공장으로 복귀시키라는 겁니다. 그리고 나머지 희망퇴직·정리해고자 2100여명도 작업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겁니다. 하지만 쌍용차는 2011년 차량 판매대수가 경영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경영정상화’가 됐는데도 해고자 복귀 계획을 뚜렷하게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 노조의 일방적인 요구가 아니라 2009년 노사가 이미 합의했던 사안입니다. 그러니까 지키면 되는 겁니다. 문제는 회사 측이 자꾸 경영정상화라는 핑계를 대면서 구체적인 복직을 미루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해고노동자들의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죠. 때문에 정부가 사회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복직과 재고용에 필요한 사안을 논의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야 모두 지금 4월 총선을 겨냥해서 각종 재벌개혁론이나 서민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런 공약 남발할 게 아니라 당장 시급한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라는 요구가 노동계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실 1000일 동안 21명이 각종 질환과 자살 등으로 사망했는데, 정치권이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우리 사회에 해고자 복직문제만큼 절박한 문제가 어디 있겠습니까. 정치권이 장밋빛 공약만 남발하기보다는 쌍용차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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