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만∼10만 명 될 것”…구·시 단위 연합 결성
초등 3~4학년 때 일진 ‘후보’, 5학년 때 이미 일진

 

“같은 학교 여자 후배가 뒤에서 내 욕을 하고 다녀 평소 밉상이었어요. 근데 남자 동급생까지 넷이 어울려 술 마시다 그 후배가 같이 잤대요. 동급생은 술도 못 먹는데…. 나중에 동급생과 사귄 제 친구와 또 다른 친구와 함께 후배를 때렸어요.”

밸런타인데이인 1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 클리닉센터에서 만난 열여섯 살 이지윤(가명)양은 상담실 탁자에 놓인 초콜릿을 먹으며 담담히 말했다. 지윤이는 집단폭행으로 서울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처분 2호 20시간 수강명령을 받았다. 지난 3년간 폭행과 절도사건으로 중학교를 8곳이나 전학 다녔다. “처음 입학한 중학교로 다시 전학해 졸업했어요. 무단결석을 많이 했어요. 학교를 안 좋아해요….” 이유를 묻자 “친구들과 성격이 안 맞고, 선생님은 그냥 싫어요”라고 했다.

지윤이는 학교에서 싸움을 잘하는 여학생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진짜 맘에 안 드는 ‘갑’(동갑)과 몇 번 싸웠어요. 남자처럼 똑같이 주먹으로 피 터질 지경으로 싸워요. 뒤에서 욕하거나 남자애들에게 꼬리치고 말 띠겁게 하면 맘에 안 들어요. 남자 후배들 때려도 걔네 선배들이 같이 있으면 안 개겨요.”

여학생 학교폭력이 위험수위를 치닫고 있다. 이른바 여학생 ‘일진’의 폭력성은 남학생 일진 못지않게 흉포화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전국 20만∼40만 명 규모로 추산되는 일진회 중 여학생이 5만∼10만 명 선이라고 말한다. 일진회는 광역 단위의 네트워크를 맺고 한 교실, 한 학교를 지배한다. 여학생 일진들도 구나 시 단위의 여학생 연합을 결성한다.

금품 갈취나 폭력의 형태는 남학생 일진과 유사하다. 서울 A중 졸업반 정민서(가명·15)양은 다른 학교에 다니는 2학년 후배를 상대로 여섯 차례 돈을 빼앗았다. “전화해서 ‘몇 시까지 1만∼2만원 모아달라’고 하면 후배가 가져왔어요. 돈 있으면 자기 돈 갖다대고, 돈 없으면 지가 알아서 모아요. 하루는 노래방 가고 싶어 모아달라고 했더니 ‘못 하겠다’는 거예요.” 집단폭행한 이유를 말하는 민서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폭력이 범죄임을 모르고 있었다.

문재현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장은 “초등 3, 4학년 때 일진 후보가 되는데, 얼굴 예쁘고 춤 잘 추면 1∼2학년 때 찍어두기도 한다. 5학년 때 일진이 되고 6학년 때 언니들과 ‘양(양언니·양동생 의자매) 관계’를 맺는 사이클”이라며 “여학생들은 일진에 편입되는 시기가 남학생보다 빠르다. 조직 관리가 더 치밀하고, 서열도 엄격하다”고 말했다. 중·고교에 여학생, 남학생 일진마다 ‘짱’이 다른데 속칭 ‘물갈이’ 하고 연애하면서 끊임없이 교류한다. 이렇게 연합일진이나 지역 패밀리를 만든다. 일반 학생은 여학생 일진이 입은 옷을 입으면 왕따를 당하고 같은 연예인을 좋아해도 표현할 수 없다.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질서가 구축된다는 점에서 여학생 일진문화는 더 가혹하다.

문 소장은 “중학교에 진학하면 관내 초등학교에서 온 아이들로 서열문제가 생겨 다시 일짱, 이짱, 삼짱을 결정한다. 여자 중학생이 되면 일탈이 보통 아니다. 성매매를 하거나 여자 선배들이 남자 후배를 강간하는 속칭 ‘알 따먹기’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연합 일진에선 여학생이 성상납의 매개 고리다. 신순갑 청예단 사무총장은 “일진짱 여학생이 원조교제 채팅룸을 개설해 직접 전화를 받고 제3자 통장으로 돈을 받은 후 여자 후배를 내보낸다. 이미 5년 전부터 성행한 일”이라며 “여학생 일진이 겪는 임신과 낙태, 성병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여학생 일진은 수십 만원의 낙태 비용을 만들기 위해 낙태계를 만들기도 한다. 곗돈을 부어 스스로 알아서 ‘뗀다’는 것이다. 다만 남학생과 달리 지역 조폭과의 연관 고리는 약하고, 고교 졸업 후 일진에서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일진들은 자기 존재감을 과시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강하게 느낀다. 신체적 힘이 약한 여학생 일진의 압박감이 더 심해 남학생보다 폭력 빈도가 높거나 더 잔인할 수 있다.

김승혜 청예단 클리닉센터 팀장은 “최근 5년간 폭력과 금품 갈취로 법원 수강명령을 받은 만14세 미만 소년만 봐도 여자가 확연히 늘어났다”며 “여학생 폭력이 일상화되면서 학교생활에 뿌리 깊게 파고들었다. 요즘은 잔인한 신체폭행을 저지르는 여학생들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흉기나 도구를 사용한 폭력을 보면 여학생이 남학생 폭력보다 빈도가 높다. 여학생들은 더 잘 동조하기 때문에 집단폭행이 남학생보다 훨씬 더 많다. 동조하지 않으면 집단에서 왕따가 되기 때문이다. 여학생 일진은 ‘관계적 공격’에서 남학생을 능가한다. 한 집단에서 피해자를 훨씬 더 완벽하게 고립시켜 자살까지 몰고 간다. 청예단 조사를 봐도 여학생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유형을 보면 괴롭힘이나 따돌림, 언어폭력을 가장 많이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순갑 사무총장은 “여학생 일진이 임신했을 경우 이를 상담해주고, 다시 학교에 복귀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남녀 일진의 특성이 각기 다르므로 성인지 관점에서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학생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남학생보다 가정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부모 방임이 심각한 폐해를 가져오므로 저소득층 여학생들에 대한 적극적인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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