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정치 뛰어넘는 담대함과 차별성 보여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취임 한 달을 맞았다. 한 대표는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이명박(MB) 정부와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MB 정권 4년은 총체적 실정과 실패, 무능의 극치이며 최악은 부패와 비리”라면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또한 “난폭 음주운전으로 인명사고가 났다면 운전자뿐 아니라 조수석에 앉아 있던 사람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조수석에서 침묵으로 이명박 정부를 도운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모른 척’ ‘아닌 척’ 숨지 말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은 정부 여당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MB정권 비리 및 불법 비자금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도 구성했다. 이 모든 것이 MB정부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워 총선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민주통합당의 전략으로 보인다. 야당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정부 실정에 공세를 가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민주통합당의 행보를 보면 우려할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입장 표명이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재협상이 안 되면 대선 승리 후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미 FTA의 존속과 폐지가 이번 총선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게 됐다. 민주통합당의 한·미 FTA 폐기 핵심 논리는 “현재의 한·미 FTA는 이명박 FTA이지 노무현 FTA가 아니다”는 것이다. “‘노무현의 FTA’는 국익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는데도, ‘이명박의 FTA’는 우리가 손해 보는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전면 재협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국민은 이런 주장에 어느 정도 동조할까? 리얼미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42.8%가 한·미 FTA 폐기에 ‘찬성’한 반면, 42.6%는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찬성과 반대가 그야말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통상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국민의 60%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대세라고 볼 수 없다. 반대로 찬반이 팽팽하면 국론 분열의 시작을 의미한다. 선거 전략적 측면에서 본다면 민주통합당의 한·미 FTA 폐기는 좋은 전략이 아니다. 상대방에게 상대방이 승리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최근 “선거에서 이기면 FTA를 폐기하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민주통합당의 한·미 FTA 폐기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새누리당이 왜 총선에서 승리해서 다수당이 돼야 하는 이유를 새누리당이 아니라 민주통합당이 제공했다는 점에서 미숙한 전략이다.

최근 민주통합당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민주통합당이 마치 이미 권력을 잡은 것 같이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이 총선·대선 승리를 떼어 놓은 당상처럼 여기며 이미 권력을 잡은 듯 오만해지고 있는 것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정말 수권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이려면 ‘반대를 위한 반대’를 넘어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과거 회귀적인 정치 보복과 한풀이 정치를 넘어 대화와 합의를 토대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더불어 한명숙 대표가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으려면 MB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그동안 남성 정치인들이 전혀 보여주지 못했던 여성 특유의 신선한 정치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단순히 여성의 부드러움과 성실함 때문에 지지받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기형적이고 왜곡된 남성 정치를 뛰어넘는 담대함과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

민주통합당이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고 총선에서 제1당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조각배’에 불과하다. 언제 민심의 역풍이 불지 모른다. 이제 한명숙 대표의 허니문 기간은 끝났다. 좀 더 겸손한 자세로 한명숙만의 색깔이 담긴 매력적인 정치로 국민에게 다가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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