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유소 점주들 “시장 논리에 반하는 것”
15일 현재 서울지역 평균 휘발유 값은 2055원을 돌파했고 경유도 1903원으로 올랐지만 같은 날 서울의 첫 알뜰주유소의 가격은 1949원으로 리터당 100원 이상 저렴하다. 공동구매를 통해 일반 주유소보다 30~50원 저렴하게 기름을 사올 수 있고 사은품 등의 서비스 상품을 축소한 기타 비용의 절감으로 20원 정도의 비용을 줄였다. 여기에 셀프 주유소로 전환하면 추가 인건비 절약으로 10~30원가량 더 가격을 내릴 수 있다.
기름 값이 저렴하다는 소문을 듣고 지난 14일 처음 알뜰주유소를 찾은 한상수(34)씨는 “알뜰주유소가 어떤 건지 궁금해서 들어와 봤는데 가격이 저렴해서 좋다”며 “사은품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것이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하며 만족감을 보였다.
소비자들은 알뜰주유소의 등장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임대, 기업 주유소 사장들은 알뜰주유소로 전환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에서 도태돼 불만이 높다. 알뜰주유소 인근 A주유소의 사장은 “인근에 알뜰주유소가 들어오니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따라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최소한의 인원으로 마진을 맞춰보려고 하지만 적자를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했다. 급기야 한국주유소협회는 “국민 기만하는 알뜰주유소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광고를 신문에 게재했다. 정부가 세수감소를 이유로 기름 값의 50%에 달하는 유류세를 인하할 수 없다면서 특정 사업자를 지원하고 특정 지역 소비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알뜰주유소’ 정책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알뜰주유소 업체도 사정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16년간 주유소를 운영하다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김재형(51)씨는 2058원에 판매하던 휘발유를 알뜰주유소 전환 후 1949원으로 낮췄다. 공동구매로 원가를 낮추고 사은품을 없애 가격을 낮췄지만 마진율도 줄어들었다. 알뜰주유소가 입소문을 탄 덕에 문을 연 후 손님은 2배로 늘어 지금은 괜찮지만 앞으로 손님이 줄게 될 경우 마진은 이전보다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정부가 기획한 알뜰주유소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알뜰주유소 전환 시 인테리어 비용의 70%(최대 2300만원 한도) 정도다. 이외에 가격 부분에서 정부의 지원이나 가격 마진율 보장 등의 혜택은 전혀 없다. 김씨는 “특히 휘발유의 경우 1주일에 한 번씩 가격 상승 또는 하강을 반영해 왔는데 알뜰주유소의 경우 원칙대로 사온 가격에 따라 팔게 돼 있다”며 “기름 값이 오를 때는 더디게 내놓아 가격이 저렴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가격이 떨어질 때는 비싸게 사놓은 기름을 그 가격에 다 소비해야 해 오히려 다른 가게들보다 ‘알뜰’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수도권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올해 700개까지 알뜰주유소를 확대하고 2015년에는 전체의 10%인 130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