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까지 전국 11개 도시 순회하는 리사이틀 열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는 임동혁이 열아홉-스무 살의 길목에서 피아니스트로 첫 리사이틀 데뷔를 한 후 스물아홉 살이 된 지금까지 데뷔 10년을 돌아보는 자리를 가졌다. 2월 9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클래식 전문 매장 풍월당 구름채에서 열린 음악감상회가 바로 그것.
네이버와 풍월당이 주최한 이 특별한 이벤트에는 100여 명 남짓한 소수의 팬만이 초대됐다. 전국 11개 도시를 순회하는 바쁜 리사이틀 일정에도 틈을 내 팬들과의 시간을 가진 임동혁이 들려준 생생한 연주와 솔직한 대화를 전달한다.
“앞으로 저를 소개할 만한 뉴스거리는 뭐가 있을까요? 이제 콩쿠르 수상 소식을 전하지는 않을 거고, 좋아하는 수식어는 아니지만 ‘신동’이라는 표현으로 도움 받을 수 있는 시기도 지났거든요. 개성과 실력이 줄고 손가락이 늙어서 안 돌아간다는 소리를 들어도 좋으니, 명함에만 피아니스트라고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무대 위에서 나름 최선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임동혁이 밝힌 데뷔 10주년의 소회다. 세상 속으로 갓 나온 젊은 소년에서 성인으로, 피아노의 신동에서 젊은 거장으로 변신을 거듭해 온 그는 “지나온 10년보다 앞으로가 어렵고 싸워야 할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한 고민과 부담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이날 행사의 주요 프로그램은 임동혁이 발매한 주요 음반 중 쇼팽의 즉흥환상곡 등의 명곡을 엄선해 팬과 연주자가 함께 듣는 음악 감상이었다. 임동혁은 “내가 연주한 곡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듣는 것은 이상하고 쑥스러운 경험”이라면서도 감상하는 내내 눈을 감고 손 박자를 맞추고 가끔은 멜로디를 흥얼거리기도 하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슈베르트 즉흥곡 3번을 듣는 도중에는 팬들을 향해 집중하라는 뜻의 손짓을 해보이기도 했는데 곡이 끝나자 “노래 중간중간 녹음하면서 나도 모르게 냈던 허밍소리가 들렸다. 나조차도 이렇게 좋은 음향시설로 들어본 적이 없어 이런 버릇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임동혁은 음악 감상회 중간중간 전국 투어 리사이틀의 레퍼토리를 직접 연주하기도 했다. 현장의 팬들은 차이콥스키의 ‘사계’ 중 ‘6월(뱃노래)’과 ‘2월(사육제 주간)’,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2번의 실연을 감상하는 행운을 누렸다. 더불어 임동혁은 예정에 없던 드라마 ‘겨울연가’의 OST 중 ‘처음’도 앙코르 곡으로 연주했다.
현장을 찾은 팬 김보람(27·서울 양재동)씨는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를 연주할 때는 임동혁씨가 얼마나 힘 있게 연주하던지 바닥이 다 흔들흔들 움직이더라. 물론 리사이틀에 비하면 음향이나 짜임새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거장의 손놀림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평생 다시 안 올 행운일 것”이라며 상기된 표정으로 소감을 전했다.
이 특별했던 음악회의 감동은 전국 투어 리사이틀로 이어진다. 현재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2012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 전국 투어’는 3월 2일 인천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자세한 정보는 1577-5266(클럽 발코니)으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