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후는 ‘나누는 삶’
아프리카에서 간호사 양성하며 ‘제2의 인생’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에서 간호사를 길러내는 한국인 ‘나이팅게일’이 있다. 한국인 1호 간호학 박사이자 전 서울사이버대 총장 김수지(70·사진)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에 위치한 대양간호대학에서 학장으로 일하며 간호 인력을 양성하고 말라위의 보건복지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말라위에서 20년간 의료봉사를 하며 ‘대양누가병원’을 운영하는 백영심 간호사의 권유가 계기였다. 김 학장은 제안을 받은 지 불과 일주일 만인 지난해 1월 1일 말라위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틀 꼬박 걸려 도착한 말라위는 한마디로 열악했어요. 집들은 모두 흙으로 만든 움막들이고 사람들도 그냥 흙바닥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하는데, 특히 에이즈와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평균 수명이 39세일 정도지요.”

칠순 고개를 넘은 김 학장은 이름조차 낯선 말라위에서 보낸 1년을 “힘든 만큼 참 보람 있었다”고 했다. 모든 게 한국과 다른 말라위에서의 생활이 정말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국에서처럼 ‘빨리빨리’를 외치다가 갈등을 겪기도 했다. 곱셈도 못 하는 학교 회계 담당 직원과 부딪치기도 하고 교실의 책상 줄조차 안 맞추는 학생들에게 생활습관 하나까지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기도 했다.

“학생 중에 8명을 뽑아 리더 트레이닝을 시켜 바꿔 나가도록 했더니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느꼈죠. 내 방식이 아닌 그들의 방식에 맞춰야 한다는 것을요. 그걸 깨달으면서 말라위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그는 빈혈로 쓰러지는 학생들에게 매일 달걀 두 개씩 먹이는 것부터 학교 수업과 행정 업무, 장애인 사역까지 하며 쉴 틈 없이 1년을 보냈다. 지금은 틈만 나면 춤과 노래를 즐기고,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하는 학생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남편 고 김인수 장로의 추모 9주기 행사와 국내 여러 대학과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해 잠시 귀국한 김 학장은 여기서도 말라위 학생들 생각에 빠져 있었다.

“학생들에게 태블릿PC를 하나씩 장만해주고 싶어요. 태블릿PC를 이용하면 비싼 종이 교과서 대신 저렴하게 많은 책을 접할 수 있는데 쉽지는 않네요. 그런데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학교까지 280m 정도의 광케이블을 놓기 위해 기금도 모으는 중입니다.”

3월 7일 다시 말라위로 떠나는 그는 행복한 노후는 ‘나누는 삶’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은퇴하기 전까지는 가족과 일, 사회적 책무가 다 무거운 짐이에요. 은퇴 후에 그 짐을 소명으로 바꾸면 신나고 의미와 보람도 느낄 수 있습니다. 골프로 건강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재능을 나누는 삶이 정말 행복한 삶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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