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임파워먼트 주장 가사로 여성학 새로운 시각 제시
‘섹시 퍼포먼스 비판’ vs ‘흑인 여성운동 기회 될 것’
러트거스대 여성학과 박사과정 학생이자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케빈 올레드 교수가 개설하는 ‘비욘세 정치학(Politicizing Beyonce)’은 비욘세를 통해 젠더, 인종차별 등 사회·정치적 이슈를 이해하고 그가 이 사회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강의의 참고자료 목록에는 흑인 페미니스트의 저서들이 포함돼 있으며 강의에서는 비욘세의 뮤직비디오나 노래 가사를 흑인 여성학자인 벨 훅스나 앨리스 워커, 소저너 트루스의 저서와 비교할 예정이다.
러트거스 대학에서 4학기 동안 여성학 강의를 진행한 후 이번 강의를 개발하게 됐다는 케빈 올레드 교수는 러트거스 대학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욘세의 음악과 커리어는 미국의 젠더, 인종, 섹슈얼리티를 연구하는 데 있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다른 아티스트는 단순히 음악을 발표할 뿐이지만 비욘세의 경우 자신이 삶과 커리어에 대한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이 강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환영한다”면서 “학생들이 단순한 미디어의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그 안에 담겨있는 메시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여성학 연구에 있어서 대중문화는 빠질 수 없는 분야다. 1980~90년대에는 팝스타 마돈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고 아레사 프랭클린에서 레이디 가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팝스타가 여성학 연구의 주제가 된 바 있다.
비욘세는 분명히 미국 팝음악사에 있어서 성공적인 발자취를 남긴 팝스타이며 흑인 여성 팝스타의 아이콘으로 여겨지고 있다. 음반 판매나 수많은 음악 시상식 수상 기록뿐만 아니라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축하공연에 참여했고 최근 출생지인 휴스턴시에서 비욘세 기념 동상 제작 계획을 발표한 것에서도 미국 팝음악계에서 그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비욘세의 노래는 여성의 임파워먼트를 주장하는 가사로 화제를 모았다. 1998년 3인조 여성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리더로 데뷔한 그는 ‘Say My Name’ ‘Survivor’ 등의 노래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강한 여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고 ‘Independent Women’은 여성들에게 가부장 사회하에서 자신의 영역을 주장하라는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평가받기도 했다. 2003년 솔로로 전향한 후 발표한 ‘싱글 레이디(Single Ladies)’ ‘내가 소년이라면(If I Were A Boy)’ ‘리슨(Listen)’ 등에서도 독립적인 여성을 가사로 노래했다.
페미니스트 블로그 뉴스 ‘페미니스팅’은 “비욘세는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의 아이콘인 동시에 관습적인 시각에서의 여성 이미지 표현으로 비판을 받는다”면서 “과연 비욘세를 이 시대의 마돈나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비욘세가 여성학 커리큘럼에 있어서 한 단계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이번 수업이 페미니즘이 흑인 여성들의 삶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까”라며 기대감도 표현했다.
인터넷 여성뉴스 ‘위민스 뷰 온 뉴스(Women′s Views on News)’는 “비욘세 노래의 가사가 보여준 메시지는 인정하지만 동시에 자극적인 뮤직비디오나 무대에서 보여주는 섹시함을 강조한 이미지는 과연 비욘세를 페미니스트 아이콘으로 삼을 수 있을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비판하면서도 “하지만 이 강의가 새로운 세대가 흑인 페미니스트 운동의 중요한 저서들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해가 될 것은 없지 않겠는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