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의 질 높이는 정책 나와야

정부 영·유아 보육정책의 후폭풍이 거세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나 육아 포털사이트마다 엄마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만0∼2세 자녀를 둔 부모는 올해 보육시설에 보내야만 보육료를 주고 내년부턴 소득 하위 70%만 가정양육수당을 지원하는 데 대해 분통을 터뜨린다. 또 만3∼4세 자녀를 둔 부모는 만5세 보육료 지원에 이어 만4세, 3세를 건너뛰고 만0~2세 무상보육부터 시행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부작용도 심하다. 돌잡이 아들을 둔 워킹맘 진혜연(35)씨는 오는 3월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이다. 진씨는 “친할머니가 아이를 돌봐주시는데 아이의 사회성 발달을 위해 보육시설에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업주부들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한 네티즌은 “전업주부들까지 어린이집에 일단 등록시키니 수요가 늘어나서 질 떨어지는 어린이집이 양산된다. 맞벌이는 가장 질 낮고 형편없고 빈자리 있는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다”(ID 하얀**는)는 내용의 글을 포털사이트에 올렸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은 거세다. 지자체 의견 수렴 없이 만0∼2세 무상보육을 하는 바람에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무상보육으로 늘어나는 추가예산은 모두 3279억원이다. 지방의회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의회는 지난달 영유아 보육료 전액을 국고에서 지원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서울시의회 민주당협의회는 “정부 부담비율을 70%로 늘려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전문가들은 4월 총선을 앞두고 30~40대 부모들의 표심을 얻으려고 급조한 선거용이라는 지적이다. 이른바 복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이송지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사무총장은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을 통한 보육의 질 향상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며 “지금은 육아정책이 저출산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아이를 낳아 어떻게 기를지를 고민하는 육아정책이어야지, 출산율 상승을 위해 자꾸 돈으로 보상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개별 가정에 지원된 보육료는 다른 사교육 시장으로 흘러갈 뿐”이라고 우려했다.

더욱이 무상보육료로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는 데 비해 관리감독 시스템은 형편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국보육협의회에는 어린이집 비리 제보가 10여 건 접수돼 있다. 가정살림과 같이 하는 민간어린이집이 회계장부로 급·간식비를 횡령하거나 허위로 아이를 등록해 지원받은 후 원장과 엄마가 반반씩 나눠 갖는 사례가 포함돼 있다. 협의회는 “무상보육 예산이 어린이집 원장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쓰이고 있다”며 “공무원 인력이 충분치 않아 제대로 된 감사를 기대하기 어렵고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뿐”이라고 지적했다.

보육교사들의 인건비가 동결된 데 대한 비판도 높다. 심선혜 전국보육협의회 의장은 “보건복지부 담당자에게 인건비 동결 이유를 물었더니 ‘무상보육 때문에 예산을 늘리기 쉽지 않다’고 하더라”며 “보육교사들의 처우 개선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데 보육의 질이 어떻게 높아지느냐”고 반문했다. 정부지원시설인 국공립 어린이집과 법인 어린이집, 직장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의 임금은 2009년, 2010년 동결됐고 2011년 3% 인상됐으나 올해 다시 동결됐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